[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히든챔피언 꿈꾸는 ‘녹원’ 이학범 대표의 獨 연수기
입력 2013-07-14 17:32
“전 공정을 몇개 팀으로 나눠 경쟁시키는 게 인상적”
히든챔피언 연수단 일원으로 독일을 방문한 중소기업 녹원의 이학범(58·사진) 대표는 연수기간 내내 공부벌레로 통했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면 그날 방문했던 독일 기업에 대한 내용을 새벽까지 정리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룸메이트인 코트라 글로벌연수원의 송세현 대리는 이 대표에 대해 “밥 먹을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방문 기업의 공장 라인이 어떻게 돌아가고, 공구와 자재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림까지 그려가며 꼼꼼히 기록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독일 히든챔피언 연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연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독일 기업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라고 말했다. 독일 히든챔피언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20여년간 근무한 뒤 부인과 함께 건설중장비 부품 제조사 녹원을 차려 18년째 운영 중이다. 그동안 수출 경쟁력을 높여 꾸준히 해외 시장을 개척한 결과 산업훈장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특히 연수 등을 통해 벤치마킹한 것을 회사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쉽지 않은 현실에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직원 교육을 중시하지만 현실은 사내 교육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해 위탁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오래 일한 교육담당 직원이 12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이직률이 높아 교육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 탓, 직원 탓만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안 되는 것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고민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수에서 일부 히든챔피언이 시행하고 있는 수직계열화된 공정관리를 대표적인 벤치마킹 거리로 꼽았다. 이 대표는 “뷸러와 같은 히든챔피언은 전 공정을 몇 개 팀으로 수직계열화한 뒤 팀별로 경쟁을 시키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공정별로 팀이 나눠지는 시스템보다 기초 작업부터 아웃풋(제품)까지 한 팀이 전담 관리하면서 책임감을 높이는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닥친 불황기를 근로시간 조정 등을 통해 인력구조조정 없이 버틴 녹원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2016년 모든 선박에 의무화하는 선박 평형수 처리 설비 제작을 지난해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경영을 잘해 회사를 키워 직원 복지를 증진시키고 세금도 많이 내고, 재투자할 돈만 남겨 놓고 사회에 환원한다면 오래 남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움 주신 분들
▲뷔르트코리아 최태연 대표 ▲코트라 김평희 글로벌연수원장 ▲훼스토코리아 구회경 이사 ▲독일 만하임대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인 미하엘 보이보데 교수 ▲코트라 한상은 뮌헨무역 관장 ▲워크인조직연구소 대표 신인아 박사 ▲밀레코리아 안규문 대표 ▲인터씨엔 박성호 대표
빈넨덴=글·사진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