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비전이 성장 원동력… “멈추면 몰락”

입력 2013-07-14 18:03 수정 2013-07-14 18:52


중소기업 연수단이 방문한 독일권 히든챔피언 기업의 임원 상당수는 회사 경영 방침으로 ‘중단 없는 성장’을 강조했다. 매년 10% 이상 매출 성장을 목표로 삼는 독일 트룸프처럼 이들 기업의 경영 목표는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히든챔피언들은 해마다 목표를 달성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왔다. 냉철한 분석과 끊임없는 혁신 위에 세워진 대담한 비전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박사가 조사한 결과 21세기 들어 히든챔피언 기업들의 매출은 연평균 8.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05년 기업 규모는 10년 전에 비해 평균 배 이상 커졌다.

히든챔피언으로 시작해 ‘빅챔피언’(매출 40억 유로 초과)으로 성장한 뷔르트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왜 장기적인 목표와 경영 비전이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자동차 정비 및 보수 유지에 필요한 각종 소모품과 자재를 생산하는 독일 기업 뷔르트는 지난해 약 100억 유로(1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뷔르트 대표인 라인홀트 뷔르트는 “성장은 항상 기업 비전의 핵심”이라며 “성장을 하는 나무는 건강하지만 나무가 성장을 멈추면 몰락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오로지 성장만이 회사를 젊고 활력 있고 민첩하게 유지해준다는 얘기다.

뷔르트 대표는 1979년 회사가 2억 유로의 매출을 올리자 86년에 5억 유로, 90년에 10억 유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위에선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10억 유로 매출 목표는 예정보다 1년 앞서 기록했다. 그러자 회사 내부뿐 아니라 주위 인사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목표가 낙관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냉철한 분석에 의한 결과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경영자가 장기전략 속에서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없다는 인식도 퍼졌다.

경영학자들은 히든챔피언들의 매출 성장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얻어진 게 아니라 혁신, 품질, 신망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특히 히든챔피언들의 왕성한 성장력이 국가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점도 인정한다.

독일 만하임대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 미하엘 보이보데 교수는 “매출 10억 유로 이하의 중소기업들은 2008년 전 세계적으로 닥친 금융위기 속에서도 10억 달러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들 기업이 독일 경제를 안정시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디칭엔=글·사진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