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행복, 일상의 새로운 발견

입력 2013-07-14 19:24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너는 요즘 행복하니? 행복지수는 몇이냐”고 물었다. 그는 100점 기준으로 50점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도 있고, 별 걱정 없이 잘사는 것처럼 보였는데 뜻밖의 대답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도 “나는 행복해요”라고 선뜻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부유해졌는데, 왜 그만큼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행복지수’로 환산한 결과 한국은 27위였다. 최근 서울시민 52%가 자신을 중하위 계층으로 여긴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중산층을 보는 기준’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통계청에서 말하는 기준 외에 중산층을 보는 기준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은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2000㏄급 중형차 소유, 예금 잔액 1억원 이상,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니기’였다. 프랑스의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에서 정한 중산층 기준은 ‘외국어 하나 정도 한다,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공분(公憤)에 의연히 참여한다,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다’이다. 영국과 미국도 소득보다 중산층 의식에 비중을 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소유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본 점이 눈에 띄었다.

행복을 소유의 개념에 두는 사람들은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자신을 가로막는 마음의 빗장을 풀 때 얻을 수 있다. 경쟁 구도에서 빠져나와 세상을 느리게 사는 법과도 통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기,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기, 원함(want)과 필요(need)를 구분해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한 것 줄이기, 좋은 것을 이웃과 나누기,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기….”

행복은 일상의 새로운 발견이다. 내 앞에 펼쳐진 삶이 기대와 다를 수 있겠지만, 선물로 여기고 기꺼이 받으면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하는 기회가 된다. 우리가 상황을 바라보는 액자의 틀을 키우거나 자각의 폭을 넓히는 것은 상황을 역전시키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오늘 내가 보는 세상을 어제와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복 중의 큰 복이 아닐까.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