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려고 자격증 따는 ‘선한 사람들’
입력 2013-07-13 04:59
‘배워서 남 도우려고’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용’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는 동안 이들은 삶이 힘든 이들에게 웃음을 주거나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한다. 일부 도서관이나 지자체는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부 왕순오(57)씨는 2008년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낙심해 있던 때 딸들이 “엄마의 행복을 위해 웃음치료에 도전해 보라”고 권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웃음연구소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딴 뒤 스마일 리더십 과정도 수료했다. 이어 이 연구소 부설 ‘웃음대학’의 1년 과정 웃음치료 프로그램을 마쳤다. 웃음치료를 배우며 큰 위로를 얻은 왕씨는 ‘마음이 고달픈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힐링해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곧바로 재능 기부를 시작했다.
그는 매주 1∼2회 서울 제기동 무료급식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나환자 공동체 ‘라자로마을’, 노인요양원 ‘강화꽃동네’, 무의탁 여성 노인시설 ‘모니카의 집’ 등에서 웃음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왕씨가 서울성모병원 암환자 병동을 찾았을 때는 50대 여성 2명이 “웃음치료 덕분에 병이 완치됐다”며 빵을 건넸다고 했다. 왕씨는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져 모자를 쓰고 다니던 분들이 완치돼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내 웃음치료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을 도와준 뒤 이를 다시 재능기부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의왕시 내손도서관은 독서 관련 자격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자격증 취득자에게 관련 내용을 강의하도록 권하고 있다. 내손도서관에서 영어 스토리텔링 자격증반을 수료한 김옥순(43·여)씨는 현재 이곳에서 해당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영어 독서지도사 전문과정을 수료하고 영어 드라마 TESOL 자격증을 취득한 뒤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에서도 아이들에게 영어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김씨는 “유치원에서 따돌림을 당해 상처받은 아이가 수업을 통해 밝아진 모습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윤정희(73) 할머니도 지난해 내손도서관에서 동화구연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격증을 딴 뒤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취학 전 아이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동화구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 할머니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즐겁고 보람있다”며 “자격증 취득 후 재능기부를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주민들의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자격증을 가진 주민들을 모아 재능기부 봉사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 예산군은 IT 관련 자격증을 가진 지역주민들로 IT봉사단을 꾸려 지역 내 정보 소외계층에게 교육하는 활동을 준비 중이다. 이 봉사단에 지원한 대학생 윤영혜(20·여)씨는 “틈틈이 취득했던 자격증을 활용해 지역에 봉사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용상 정건희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