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제약사, 중국서 거액 뇌물 제공

입력 2013-07-12 18:49

영국의 세계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중국 법인(GSK 중국투자)이 중국 내에서 조직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중국 공안부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는 12일 이번 사건에 대해 “범죄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연루자가 아주 많고 건네진 금액도 엄청나다”고 공안부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공안부는 현재 상하이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등지의 공안기관을 동원해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GSK 중국투자가 뇌물을 건넨 상대방은 정부 관리는 물론 의약 협회, 의료 기금, 병원, 의사 등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의약품 판로를 확보하고 판매 가격도 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GSK 중국투자는 중국 내 여행사를 뇌물 전달 통로로 활용했다고 공안부는 밝혔다. 뇌물을 건네는 수법으로 직접 돈을 주거나 상대방이 외국에서 열리는 회의 등에 참가할 때 호텔비와 식사비, 기타 여행비용을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GSK 중국투자 측은 가짜 영수증을 이용하기도 했다.

공안부는 “사건 혐의자들이 이미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며 “글락소 측과 여행사 관계자들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는 고위관리와 의사들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도태되고 만다”고 한 약품 판매상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약품 판매상은 제약회사 판매 책임자들이 뇌물로 쓸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송장을 위조한다고 고발했다.

의약품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의약품 업계의 고질적인 부패 구조를 파헤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GSK는 전 세계 70곳에 의약품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에 투자한 액수는 5억 달러가 넘으며 중국 직원 수만 5000여명에 달한다.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 뇌물 공여로 조사를 받은 경우는 흔치 않다. IBM이 2002년부터 2003년 사이 중국건설은행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뒤 2006년 유죄 판결을 받는 등 2000년대를 통틀어 6건에 불과하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