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민주화, 일회성 정치이벤트 한계 드러났다”… BBC ‘아랍의 봄’ 교훈
입력 2013-07-12 18:49 수정 2013-07-12 19:47
대통령 축출 이후 극도의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이집트 사태를 계기로 ‘아랍의 봄’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지역 민주화의 전조로 보였던 아랍의 민주주의 운동이 결과적으로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 속에 극심한 종파주의와 배타적 정서가 민주화를 어렵게 한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거리로 몰려나온 민심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지만, 민주화 혁명 이후 민생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정치적 균열만 깊어진 데 따른 회의론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아랍 민주화 운동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현실적으로 전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BBC는 11일(현지시간) ‘아랍의 봄’이 주는 교훈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교훈은 아랍의 봄이 일회성 정치 이벤트가 아닌 일련의 과정이라는 개념 정의다. 오랜 기간 독재에 억눌려왔던 국가들이 인권과 관용,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민주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노력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민주주의는 하룻밤 만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교훈으로 외부의 지원 또는 간섭을 배제한 자립적인 민주화 의지도 강조됐다.
두 번째 교훈은 동일하게 적용될 모범답안이 존재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실제로 아랍 민주화 운동은 국가마다 서로 다른 내·외부적 환경 속에서 저마다 상이한 정치적 결과물을 내놨다. 군부가 독재자를 끌어 내리고 정치무대에서 퇴장한 튀니지의 경우와 달리 군부가 또다시 정치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집트의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방국가들의 전격적인 개입으로 독재정권이 몰락한 리비아와는 대조적으로 외세가 개입을 주저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암담한 상황도 이를 반영한다.
세 번째 교훈은 이슬람주의자들의 전향적인 태도가 중대한 관건이라는 경험이다. 이집트와 시리아의 현 상황은 다원적 민주주의가 운영원리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상대 진영에 대한 무력과 폭력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교훈은 ‘피플 파워’만으론 부족하다는 시행착오다. 위성TV와 소셜미디어 등으로 확산된 의식의 혁명이 결과적으로 체제의 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반성과 같은 맥락이다. 아랍의 봄이 군중의 힘을 보여준 반면 한계도 드러냈다는 지적으로, 군중의 분노와 결집이 지속가능한 민주적 도전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봄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집트에선 12일 이슬람 휴일을 맞아 또다시 대규모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무슬림형제단은 사법당국의 지도부 체포명령 이후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대 진영도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 위험도 고조된 상황이다.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집트 상황에 미국 정부도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원조 문제의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이집트 민주정부를 되살리는 길은 모든 정당의 참여를 허락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