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감사원 4대강 감사결과 반발 “감사원을 감사해야할 판”
입력 2013-07-12 18:17
이명박정부가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새누리당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는 동시에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친이·친박(親朴·친박근혜)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12일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당 차원의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친이계인 강석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당 지도부는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당내 갈등 소지가 있어 폭발력이 큰 사안인 만큼 일단 진상 규명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TF는 10여명으로 구성되며 15일 첫 회의가 열린다. 강 의원은 “회의를 열어 논의해 봐야 안다”며 감사 결과에 말을 아꼈다. 그러나 TF 구성을 계기로 친이계 의원들이 감사원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이 예상된다.
친이계 사이에선 성토가 쏟아졌다. 당 정책위의장인 김기현 의원까지 라디오에 출연해 “감사원이 엉뚱하고 오락가락하는 결과를 내놓으니 신뢰성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이라며 “이러니 감사원을 감사해야 할 판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가 자꾸 정쟁에 뛰어들어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친이계 출신인 김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조 친박인 최경환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정책위의장에 당선됐고, 당시 친박·친이가 화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때문에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감사원을 비판한 것은 그만큼 친이계의 실망과 불만이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조해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가 국민을 속인 게 아니라 감사원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획성 감사를 해서 국민과 대통령을 속였다”며 “청와대가 휘둘리며 가정을 전제로 ‘지난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고 말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전·현 정권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남의 일처럼 말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독대 후 ‘4대강 사업 자체가 큰 문제없다는 판단에서 협조하겠다’고 말해 국민을 믿게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은 “이 문제가 친박·친이계 간 권력싸움으로 흘러가면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며 “한 가지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