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고비마다 ‘막말 폭탄’… 국면전환 기회 번번이 날려

입력 2013-07-13 04:59

민주당이 ‘막말’과의 악연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고비 때마다 막말이 빌미가 돼 공든 탑이 무너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발언도 당이 한창 대여(對與) 공세의 고삐를 죄는 시점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특히 어렵사리 합의한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등을 앞둔 시점이라 더욱 아쉬워하는 눈치다. 한 당직자는 12일 “안 되는 집안은 뭘 해도 안 된다더니… 타이밍도 참 절묘한 때 악재가 터졌다”고 토로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많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의 멤버 출신으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 발언’ 파문으로 다 잡았던 총선 승리를 놓쳤다. 당시 새누리당은 김 후보가 2004∼2005년 인터넷 방송에서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즈펠트, 라이스를 아예 XX(성폭행) 해가지고 죽이는 거예요”라고 언급한 일을 들춰내 공격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도 정동영 상임고문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압승을 기대했던 선거에서 신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김광진 의원의 ‘막말 트윗’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이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급사(急死)’를 언급한 글을 리트윗한 데 이어 “다음에 술 먹을 때 채찍과 수갑 꼭 챙겨오길. 간호사복하고 교복도” 등 변태적인 성(性)행위를 연상시키는 트위터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에도 ‘여성 비하 시비’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는 새누리당에서 공천 헌금 문제가 터져 민주당이 여당을 ‘돈누리당’이라고 공격하며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던 때다. 하지만 이종걸 의원이 트위터 글에서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다.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레서 사과도 하지 않고”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오타라고 해명했지만 여성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었다.



민주당의 잦은 막말 논란은 보수 정당과 다른 자유분방한 발언 분위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지나치게 외부 지지자 그룹을 의식해 ‘저격수 경쟁’을 벌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자극적 언어가 인기를 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자주 활용하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쓰는 게 일상사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