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폭염-중부 폭우 한반도 ‘두 개의 여름’… 고기압에 갇힌 샌드위치 장마전선

입력 2013-07-13 04:59


1년 중 가장 더운 ‘삼복(三伏)’의 시작인 초복을 하루 앞둔 12일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여름이 찾아왔다. 남부지방에는 여느 여름 때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려 30도를 웃돌았지만 서울을 비롯한 경기 중부지방에는 국지성 폭우가 내려 선선한 날씨가 이어졌다. 위에는 한랭 건조한 대륙고기압과 힘겨루기를 하고, 아래에서는 태풍에 떠밀린 탓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갇힌 신세’가 된 탓이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4.3도였고 인천 23.4도, 속초 22.2도로 관측돼 20~25도의 서늘한 기온 분포를 보였다. 계속 이어지는 비 때문이다. 중부지방에는 전날부터 비가 계속 내리면서 철원 126㎜, 동두천 121.5㎜, 대관령 88.5㎜, 문산 85.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오전 11시를 기해 경기 북부와 강원영서 북부 일부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반면 남부지방에는 폭염특보가 발효돼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12일 울산 33.6도, 대구 33.4도, 포항 33도, 창원 31.8도, 광주 31.1도, 부산 30.5도 등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이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아 찌는 더위가 계속됐다.

중부와 남부지방의 날씨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쪽에는 차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버티고 있고, 남쪽에는 제7호 태풍 ‘솔릭’이 밀고 올라오려 하기 때문이다. 솔릭이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발생해 서쪽으로 이동하며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올린 탓에 장마전선이 남하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개의 거대한 고기압에 샌드위치가 된 장마전선이 서울·경기·강원 지역 등에만 머물며 비를 뿌리는 것이다. 태풍 ‘솔릭’이 14일 중국 상하이에 상륙한 뒤 소멸하면 이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로 장마전선은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다음주 초 서울·경기를 비롯한 중부지방과 충청 내륙지방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대 대기학과 정효상 교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온이 최근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해 고기압 영향권에 든 충청 이남 지역에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북태평양 고기압대가 영향을 미치는 경계에서 온도는 더 높이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부지방에 내리는 비는 이번 주말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또 본격 휴가철인 8월 초순은 무덥고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8월 초순 전국이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무덥겠고,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오겠다고 내다봤다. 기온은 평년(24~27도)보다 높겠고, 강수량은 평년(61~129㎜)과 비슷할 전망이다.



김유나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