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의역하면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의 후손으로 표현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사퇴 요구를 홍 원내대변인과 민주당 지도부가 수용한 것이어서, 해당 발언으로 올스톱됐던 국회 일정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 원내대변인은 오후 7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브리핑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하도록 하겠다”고 짧게 발표했다.
곧이어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김관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 대표는 메시지에서 “우리당 공보담당 원내부대표의 어제 발언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모든 국회 일정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회견에 앞서 김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홍 원내대변인의 사퇴와 함께 김 대표의 유감표명으로 이번 사태를 조기에 봉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며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 수석은 또 “북한에서 하는 것도 부족해 이제 우리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오전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홍 원내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 등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가원수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민주당 김 대표의 사과와 홍 원내대변인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홍 원내대변인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청와대와 여당 요구에 민주당이 응했기 때문에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사과의 진정성 문제 등을 놓고 재차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정성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생각”이라며 “진정성 여부에 대해서 내일(13일) 오전 당 지도부가 모여서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김 대표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중 백민정 기자 jjkim@kmib.co.kr
[귀태 발언 일파만파] 나오지 않았어야 할 ‘귀태 막말’ 결국… 홍익표, 원내대변인 사퇴
입력 2013-07-12 17:59 수정 2013-07-13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