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 발언 일파만파] 朴대통령 “정통성 부정 더 이상 묵과 못해”

입력 2013-07-13 05:00


박근혜 대통령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에 엄청 화가 난 듯하다.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행 대변인 등 ‘청와대의 입’들이 모두 나서서 야당에 강경 대응하는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홍 원내대변인의 ‘막말’을 본인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나아가 새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절대 부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아버지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5·16 군사쿠데타 논란이 일어 여당에서조차 “대선을 위해 쿠데타임을 인정하자”는 여론이 형성됐음에도 “조국 근대화의 시작”이라는 시각을 쉽사리 내려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대선 캠프 인사가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와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둘러싼 문제를 거론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 집안이 그리 우습게 보이나요”라고 질책했다는 얘기도 있다. 취임하자마자 박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단 한번도 거르지 않았던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부활할 만큼 부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국정운영에 비판을 가해도 “정치권이 타협하고 해결할 문제”라며 최대한 ‘여의도 정치’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 사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작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홍 원내대변인이 자신을 향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다. 유신 공화국을 꿈꾸고 있다”고 비난한 내용을 전해 듣고 박 대통령이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는 여론도 ‘귀태’ 막말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야당에 정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야(對野) 전면전 선봉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를 정치쟁점화한 데 이어 새 정부의 정통성에까지 상처를 내려 하자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역공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이 수석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국민이 참여했던 대선을 부정하는 발언들이 민주당의 공식 행사에서 연이어 나온 끝에 어제 (홍 원내대변인) 발언이 나왔다. 단순한 막말 수준이 아니라고 인식하며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현 시국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