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역에도 새 바람] 태교에서 사후까지… 가정사역이 변한다

입력 2013-07-12 17:21


가정은 태초에 하나님께서 이 땅에 허락하신 최초의 공동체다. 하나님은 그런 가정 공동체를 향해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에 충만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러나 산업화, 핵가족화, 인터넷의 발달 등 급격한 사회 변화로 가정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가정을 바로 세우려면 원래 가정을 만드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세상에 대해 기독교가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고 교회가 성경적 기반을 가지고 가정을 회복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을 향한 사역은 현재 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가정사역 하면 몇몇 스타 사역자들의 세미나 정도로 이해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생태계(生態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애발달단계별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장년 중심의 부부세미나와 부모교육에 머물던 가정사역 프로그램이 ‘태내에서 사후까지’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한 가정의 영적 제사장으로서 준비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장년중심에서 청년중심으로의 이동이었다. 교회 안에 결혼예비학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높은 이혼율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결혼도 학습이 필요하고 준비된 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결혼예비학교가 싱글들을 위한 결혼예비학교와 커플들을 위한 교실로 바뀌었다. 싱글들에게는 데이팅과 선택이 이야기된다면 커플들에게는 신혼의 성(性), 고부갈등 극복하기, 혼인예배의 리허설에서 신혼까지 등 교과과정 자체가 다르게 꾸며졌다.

이처럼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 가정에 눈 뜨기 시작하면서 필연적으로 찾아온 것은 태교에 대한 관심이다. 마침 사회는 저출산 문제로 정부는 각종 복지혜택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출산휴가가 늘고 휴직에 대한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 이때 등장한 것이 태교교실이다. 무엇보다 남성들의 태교 참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진행된 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의 부부태교교실도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부성태교가 강조된 프로그램이었다. 50여 쌍의 참석 부부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이 임신한 아내의 배 위에 손을 얹은 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4주 동안 남편들은 아내를 어떻게 돌보고 사랑하는 지, 자녀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태중 자녀를 어떻게 영적으로 돌보는지, 출산과정에서 아내를 어떻게 도울지 등 한 가정의 영적인 제사장으로 준비를 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의수 목사는 “결혼준비교실을 들은 남편들이 대부분 태교교실에도 참여해 아버지 준비에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인생 후반기 사역을 준비하라

이어 중년의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한국사회에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직장에서 벗어나 가정으로 돌아온 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인생후반기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하프타임코리아 박호근 목사는 “재정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대한 인생의 목표나 비전, 방향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정코칭 또한 변화의 조짐이다. 한국사회는 학교폭력, 왕따, 자살, 우울증, 청소년 비행 등 감정교육의 부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로 탄생한 감정코칭은 건강한 감정표현, 타인의 정서에 대한 공감, 감정조절 등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코칭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평생교육원 김향숙 원장은 부부감정코칭, 부모감정코칭, 청소년감정코칭 등 각 대상자에 따라 감정코칭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의 또 다른 이슈는 노인문제다. 노년들을 위한 가정사역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대학, 경로대학으로 복지적 접근을 하던 교회 안에 작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죽음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는 “잘 살다(웰리빙)가 잘 죽기(웰다잉)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요구에 따라 하이패밀리에서는 국내 최초로 웰리빙 교육사를 양성, 죽음준비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각당복지재단의 무지개호스피스연구회도 죽음준비교육뿐 아니라 사후사역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공동추모예배 ‘하늘가는 길’ 모임을 갖고 있다. 매년 6월 열리는 이 모임은 올해는 지난달 28일 서울 신문로 각당복지재단 회관에서 진행됐다. 앞서 간 가족과 친지들을 기억, 추모하고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에는 연구회에서 10년간 케어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환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일한 가족인 아들마저 직장 관계로 참석을 못하자 연구회가 대신한 것이다.

전인적 관점으로 발전하는 가정사역

지난 5월 말에는 가정을 전인적 관점과 통합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이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하이패밀리에서 ‘한국가정자원개발협회’를 발족했다. 협회 안에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한국가족생태학회, 한국임종영성학회가 출범했다.

가정사역자들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사역으로 주일학교 교육과 남성사역을 꼽고 있다. 이의수 목사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태교, 결혼준비교실 등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중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중년기와 노년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남성사역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