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원수 저주해 뭘 어쩌자는 건지…

입력 2013-07-12 18:39 수정 2013-07-13 00:44
정치권이 느닷없는 ‘귀태(鬼胎)’ 파문에 휩싸였다. 귀태를 의역하면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국회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귀태의 후손’이라고 표현하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총공격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라며 홍 원내대변인에게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모든 원내 일정을 중단한 채 홍 원내대변인의 의원직 사퇴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사과까지 거론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 나오는 ‘귀태’를 인용한 것인데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쳐졌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말(言)에는 칼이 들어있다고 한다.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특히 말로 살아가는 정치인은 더욱 그렇다. 제1야당의 원내대변인이 공식 발표를 통해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모욕을 넘어 저주가 담긴 듯한 막말을 내뱉은 결과는 어떠한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표를 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민생을 비롯해 국정을 챙겨야 할 국회는 올스톱됐다. 본인에게는 ‘홍익표가 바로 귀태’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무모한 말이 낳은 참사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말실수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 원내대변인은 지난 4월 자신의 트위터에 ‘18대 대선 결과는 무효입니다. 부전여전. 아버지 박정희는 군대를 이용해서 대통령직을 찬탈했고, 그 딸인 박근혜는 국정원과 경찰 조직을 이용해 사실상 대통령직을 도둑질한 것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런 속마음이 ‘귀태’로 재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역사가 돼버린 대선 결과를 부정해 뭘 어쩌자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선동정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홍 원내대변인과 민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른 시일 내에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