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승의 신화 ‘한국 여자골프계 큰 별’이 지다… 구옥희씨 日서 심장마비로 별세

입력 2013-07-11 21:41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로 불렸던 구옥희씨가 10일 오후 4시쯤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57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구옥희씨가 일본 시즈오카현 한 골프장 숙소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인이 국내로 운구되는 대로 장례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고인은 일본에서 라운드를 하다 몸이 좋지 않아 숨진 당일에는 골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남자들이 골프를 치는 것도 특별했던 시대에 여자 프로골프 시대를 연 선구자였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오빠들과 생활한 그는 1975년 경기도 고양시내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고인은 78년 5월 경기도 양주의 로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프로테스트에서 한명현, 강춘자, 안종현 등과 함께 당당히 통과해 우리나라 1세대 프로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79년 KLPGA 쾌남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80년 5승, 81년 4승, 82년 5승 등 KLPGA에서만 모두 20승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83년 일본 프로테스트에 합격하며 일본 무대로 진출한 고인은 84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통산 23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의 우승은 2005년 아피타 서클K 레이디스 대회로 48세10개월의 나이로 정상에 오르며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도 세웠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고인은 또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선수 최초의 LPGA 우승 기록도 세우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웠던 한국에서는 구씨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고인은 당시 “내 우승 소식조차 알려지지 않아 섭섭하기도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선구자적 발자취가 있었기에 현재의 박세리, 신지애, 박인비 같은 후배 선수들이 나올 수 있었다.

한국과 해외에서 모두 44승을 거둔 그는 지난해만도 KLPGA 대회에 16차례나 출전한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2004년 KLPGA 명예의 전당에 제1호로 헌정됐으며 94년부터 2010년까지 KLPGA 부회장직을, 2011년부터 2012년 3월까지는 KLPGA 제11대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