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 불법행위 책임”… 유럽선 최장수 총리 사임
입력 2013-07-11 19:01
미국에 이어 유럽 정보기관이 도마에 올랐다. 룩셈부르크에서는 정보기관의 불법도청과 부패문제로 최장수 총리가 낙마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각국 정보기관이 사이버 첩보전쟁을 위해 용병까지 기용한다는 보고서도 영국에서 나왔다.
1995년부터 룩셈부르크 총리를 맡아 유럽연합(EU) 최장수 총리인 장 클로드 융커 총리가 룩셈부르크 정보국(SREL)의 불법도청과 부패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B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8년을 집권한 융커 총리의 사임으로 연립정부는 와해됐다. 10월 20일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연정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이 도청문제로 연정지지를 철회해 융커의 사임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의회는 6개월 전부터 SREL의 불법도청과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일정부분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과정에서 SREL이 2003∼2009년 기업인은 물론 정치인에 대한 불법도청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1만3000개의 비밀파일까지 찾아냈다. 보고서는 최근 SREL이 국내 정치에도 개입하고 국제법을 어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야당은 융커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압박했고 연정파트너인 사민당도 등을 돌렸다. 융커 총리는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의장도 맡아 경제위기 탈출에 힘을 보탰다. 그는 “정보국 감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며 “정보국 비리와 관련해 어떤 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은 독일이 정작 정보기관의 활동을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 공격에서 시민안전을 지키는 것은 통신을 관리하지 않고 불가능하다”며 “앞으로도 그런 (정보)업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NSA의 도청활동과 관련해 “미국이 수세기 동안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사실이 잊혀지지 않도록 미국과 필요한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해 해명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영국 정보보안위원회가 정보통신본부(GCHQ) 자료 등을 인용, 이날 발간한 연례보고서는 각국이 적성국 금융기관이나 회사 등 다양한 목표에 대한 공격을 위해 사이버용병까지 고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영국이 대면한 위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용병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