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의 서’ 최진혁 ‘월령앓이’ 신드롬 “무명 7년… 연기 접으려다 ‘구월령’ 만났죠”

입력 2013-07-11 18:29 수정 2013-07-11 18:31


상반기 드라마 중 MBC 월화극 ‘구가의 서’의 구월령은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의 미스 김과 더불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대본 속 구월령이 처음부터 매력적인 건 아니었다. 지리산을 지키는 수호령으로 한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목숨을 내놓은 우직한 남자 구미호. 주인공 최강치의 아버지로, 극 초반 전개에 필요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배우 최진혁(28)이 자기만의 매력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남자 구미호 캐릭터로 살아났다.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존재감은 컸다. 그가 부른 OST ‘잘 있나요’는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월령 앓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생애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최진혁을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속 분장을 지우니 ‘다크 월령’은 간데없고 훈훈한 외모의 청년이 나타났다. 큰 키에 매력 있는 중저음 보이스까지.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갖췄는데 지금까지 왜 못 뜬 건지 되레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는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서 대상을 받으며 운 좋게 연예계에 입문했다. 대상 부상으로 드라마 출연 기회를 받아 그해 겨울 데뷔작인 KBS 2TV 청춘드라마 ‘일단 뛰어’를 찍었다. “드라마 나오고 다음날 사람들이 알아볼 줄 알았어요. 탄탄대로를 가겠구나 했죠.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어요. 연기를 너무 못해서 현장에서 혼나고 창피했죠. 스트레스로 생애 처음 여드름이 생기고 얼굴을 뒤덮어 촬영을 못할 정도였어요.”

그 데뷔작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연기 못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 늘 주눅이 들어 지냈다. 주말 드라마, 아침 드라마, 미니 시리즈, 케이블 드라마까지 해마다 두 편씩 출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보는 사람마다 ‘넌 잘 될 거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 잘 되나, 7년간 억울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모든 걸 접으려던 차에 배역 구월령을 만났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본 받았을 때 모티브도 없고, 어려웠죠. 카리스마 넘치고 ‘아이언맨’ 같이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어요. 하지만 여자한테 복숭아도 따다 주고 좀 귀여운 맛을 살리면 어떨까 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을 넣었는데 시청자들이 좋아하셨고, 그렇게 캐릭터를 잡아나갔죠.”

차기작으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상속자들’(SBS) 출연을 확정 지었다. 부유층 자제로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다. 곧 영화도 한 편 시작한다. “내가 만든 캐릭터에 사람들이 몰입해 가슴 아파하고 우는 게 신기하고 짜릿했어요. 처음으로 나도 잘 할 수 있구나. 나도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죠.”

7년이란 시간을 딛고 맛본 성공. 연기에 욕심이 더 나기 시작했다. “까불까불하는 생기발랄한 캐릭터, 나쁜 남자, 악랄한 악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구월령’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기가 쉽진 않겠지만, 다음 작품에서도 연기에만 집중하면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