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최현수] ‘정전 60년’ 의미 모르는 정부
입력 2013-07-12 04:54
얼마 전 6·25전쟁 관련 자료 수집차 방문한 한 미국 학자는 기자에게 “미국에서는 6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었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참가한 전쟁에서 처음으로 승전(勝戰)이 아닌 정전(停戰)이라는 어정쩡한 상태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정체결 60년이 된 올해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가하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6·25전쟁에 대해서도 ‘잊혀진 승리’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기습침략전쟁에서 맞서 한국을 지켜낸 참전 결정은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평가에서다.
21개의 참전 국가들도 정전 60주년을 적극 기념하고 있다. 캐나다는 정전협정이 맺어진 7월 27일을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날’로 정했고 기념은화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영국은 런던 템스 강변에 한국전 참전비를 건립하는 작업을 11월 시작한다.
북한까지도 대규모 ‘전승기념일’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에 정전협정체결일은 전승기념일이 될 수 없다.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해 일으킨 전쟁에서 북한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사실상 실패한 전쟁이다. 그럼에도 6·25전쟁을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호도하기 위해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전 60주년을 적극 기념해야 할 우리 정부엔 이런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를 젊은 세대에게 6·25전쟁을 바로 알리고 국내외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전하는 한편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27일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 정부 행사는 국민들과는 무관한 ‘당신들만의 행사’가 되고 있다. 참혹한 전쟁을 끝내고 60년간 평화와 번영을 이뤄온 정전협정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11일 한국조폐공사가 정전 60주년 기념주화를 냈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캐나다 등에서 만든 걸 국내 업체가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조폐공사 안팎에서는 관련 부처가 주화 발행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라도 정부는 온 국민이 함께 기념하는 정전 60주년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