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땅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60년 걸린 귀가
입력 2013-07-12 04:56
故 정철호 이등상사 유해 가족 품으로
“전사통지서는 받았지만 60년간 유해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차가운 땅속에서 너무도 외로웠을 텐데…. 이제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와줘 고마울 따름입니다.”
11일 정상남(여·87)씨와 경분(여·68)씨는 6·25전쟁 정전협정 60년 만에 돌아온 남동생의 유품을 받아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 박신환 대령은 “너무 늦게 찾아드려 죄송할 뿐”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국유단은 고(故) 정철호 이등상사의 조카 정용수(55)씨의 울산 자택을 방문해 낡은 나무 도장과 군복단추, 계급장이 들어 있는 유품상자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명의의 신원확인통지서를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정 이등상사의 유해는 지난 5월 21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굴됐다.
경북 문경 태생인 그는 1950년 11월 27일 19세의 어린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6·25전쟁에 참가했다. 상남씨는 “2남3녀의 넷째로 태어난 철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책임감이 강했다”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입대했다”고 말했다. 동생 경분씨는 “오빠가 52년 6월 휴가를 나와서 고구마를 심어놓고 가면서 어린 조카에게 가을에 캐서 맛있게 먹으라고 말하고 부대로 돌아간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이었던 정 이등상사는 53년 7월 16일 강원도 철원 별우지구 반격전투에서 전사했다. 휴전을 10여일 앞둔 날이었다. 경분씨는 “어머니는 전사통지서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으셨다”며 “79년 8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오빠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아파하셨다”고 말했다.
정 이등상사는 강원도 횡성 부근 전투, 호남지구 공비토벌 등 주요 전투에 참가했으며 53년 4월 공무 중 부상한 자에게 수여하는 기장인 ‘상이기장’을 받았고 이듬해 10월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됐다. 그의 유해 인근에서는 발굴사업 이래 처음으로 철모에 씌운 위장포가 함께 출토됐다. 국유단은 유해와 함께 발굴된 나무도장에 새겨진 ‘鄭喆鎬(정철호)’라는 이름을 토대로 병적을 추적해 6명의 동명이인을 찾아냈다. 이 중 발굴지역 전투에 참가한 정 이등상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가족과의 유전자(DNA) 검사를 실시해 신원을 확인했다. 유해는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국유단은 2000년 발굴을 시작한 이래 7400여구를 찾았지만 정 이등상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83구에 불과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