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소집땐 정장 입어라” 洪의 준비된 불호령

입력 2013-07-11 18:19

“17일 첫 소집 일에 모자 쓰고 찢어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오면 안 됩니다.”

앞으로 축구대표팀 소집 때 선수들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패션 감각’을 과시하고 일부 연예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이를 보도해온 진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대표팀의 ‘원 팀·원 스피릿·원 골’ 철학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2013 동아시안컵을 통해 데뷔전을 치르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11일 파주NFC에서 23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확실한 변화’를 강조했다. 표정은 자못 엄숙했다.

최근 ‘기성용 SNS파문’ 등으로 땅에 떨어진 한국 축구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홍 감독이 꺼낸 카드는 ‘신사의 품격’(정장)이었다.

불호령이었다. 당장 17일 파주NFC 정문에 서서 선수들의 복장부터 챙기겠다고 했다. 대표팀 선수들의 몸가짐부터 바로잡아 땅에 떨어진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 소집을 시작하기도 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고 있어서 피곤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감독은 SNS를 통해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비난해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축구협회의 엄중경고 조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옐로가드’를 보냈다. 그는 “축구협회의 결정은 기성용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성용은 국가대표로서 스승에게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 바깥세상과의 소통보다는 부족한 본인의 내면세계의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성용의 향후 대표팀 발탁 여부에 대해선 계속 지켜보겠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홍 감독은 낮은 목소리로 호소했다. “한국 축구계가 너무 가벼워졌고 언론도 불필요한 가십거리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나부터 변하겠습니다.”

현역시절 ‘영원한 리베로’(최후방 수비수)로 불렸던 홍 감독의 ‘한국 축구 지키기’가 벌써부터 시작됐다.

파주=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