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충돌사고 90초 후에야 대피 지시”… ‘조종사 문제’ 걸고 넘어지는 NTSB

입력 2013-07-11 18:11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이번에는 기장이 사고 후 곧바로 승객들에게 대피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기장이 충돌 직후 조종실로부터 지시를 기다리던 승무원들에게 처음에는 대피 절차를 시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서 “승객들의 대피는 여객기가 충돌 후 멈춰선 지 90초 후에 시작됐다”고 밝혔다.

약 90초가 지난 뒤 2번 탑승구에 있던 승무원이 동체 외부 중간쯤에 치솟는 불길을 창문을 통해 목격하고 이를 조종실에 보고한 뒤에야 탈출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사들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과거에도 탑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차량들이 도착할 때까지 탈출 작전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피가 항상 즉시 시작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즉시 대피 지시를 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90초 지체’를 강조한 셈이다. 조종사들이 상황 판단을 잘못했을 수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특히 꼬리가 떨어져나가고 동체가 불타는 상황에서도 승객 중 단 2명만 사망한 것에 대해 항공안전 전문가들이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장들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인상을 주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사고 후 대피 문제는 사고 원인이라는 본질과 동떨어진 팩트다. 국토교통부 최정호 항공정책실장은 11일 승무원들이 적절하고 신속하게 자기 직무에 충실한 승객 대피 업무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사고 여객기 승무원 12명 가운데 6명은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윤혜(40·여) 사무장을 포함해 유태식(남·42) 이진희(여·33) 김지연(여·31) 한우리(여·29) 김윤주(여·25)씨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11시쯤 승무원들의 귀국을 긴급 결정했다. 전날 저녁 승무원 숙소를 방문한 아시아나항공 윤영두 사장은 “승무원들이 정신적 충격이 심할 테니 한국에서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출국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등장한 승무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리가 골절된 김윤주씨는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탔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일부 승무원은 놀란 듯 눈물을 흘렸다.

이 사무장은 “이번 일로 아픔을 겪는 모든 분이 하루 속히 쾌차하길 기도한다”며 “저희 승무원들과 아시아나 항공사가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배병우 특파원, 이사야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