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회담 모두 보류, 왜… 드러난 北의 ‘떠보기’ 우리정부 선별 수용에 맞대응
입력 2013-07-11 18:11 수정 2013-07-12 00:30
북한이 11일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모두 보류한 것은 우리 측의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 거부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보류 통보는 우리 정부가 전날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 제의만 수용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은 보류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북한이 지난 10일 개성공단 2차 실무회담과는 별도로 전격 꺼낸 ‘이산가족 상봉’ 카드에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북한이 2개 회담을 동시에 보류한 것은 지금의 남한 태도로 볼 때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이 당장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원칙 있는’ 남북 대화 방식을 자신들에 대한 길들이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을 각각 금강산과 개성에서 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회담은 보류하고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은 판문점에서 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단정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취소하지 않고 ‘보류’라는 유보적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실무회담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전 남북관계와 관련해 “초보적인 차원의 신뢰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북측을 자극했을 수 있다. 류 장관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북한정책포럼 조찬 강연에서 “회담 국면 하나하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놓고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남북관계가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남북관계를 만드는 게 바람직한가 생각하면 조금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특히 ‘형님론’ ‘북한은 원래 그렇다’ ‘전략적 사고론’ 등 3가지 신화 및 편견을 제시하며 과거 정부의 대북 대응 관행 문제점을 지적했다. 류 장관은 “(우리가) 형님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를 너무 과대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북한은 원래 그렇다는 말도)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지 말고 주관적 판단을 너무 객관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15일 열릴 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도 북한이 우리 측의 재발방지책 요구에 대해 강경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개성공단 섬유·봉제 분야 기업 64개사 대표 64명이 방북해 공단 내 설비 점검 등을 마친 뒤 귀환했다. 입주기업들은 12일부터 완제품 및 원·부자재를 반출할 예정이다. 북측이 우리 입주기업들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개성공단 정상화의 앞날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도 개성공단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개성공단 회담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