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따라 결론 달리 내는 감사원 비겁하지 않나
입력 2013-07-11 17:50
독립성 강화하고 견제장치 만들어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결론이 발표 때마다 달라 정권에 따라 잣대가 오락가락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1, 2차 감사 때에는 대운하와 관련 있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이번과 다른 결론을 냈다는 해명은 능력 부족을 자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으로 아무 견제 없이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와 입법부까지 감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기관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국민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감사원의 권력 눈치보기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새로 권력을 잡은 대통령이 검찰과 감사원을 양 손에 쥐고 정적과 반대자를 제거하거나 위협하는 수단으로 종종 애용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역대 정권마다 감사원장을 대통령의 측근이 차지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감사원장의 임기가 헌법에 보장된 이유는 명백하다. 소신을 가지고 나라의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비리 공무원은 없는지, 정책은 제대로 집행되는지 등을 살펴 이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역대 감사원장들이 이 같은 일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책 개선과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대통령에 대한 사후보고는 이해가는 측면이 있지만 수시보고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감사 방향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수시보고를 의무화한 감사원법 42조는 독립성을 해치는 독소조항에 불과하다.
방대한 정부 행정행위의 모든 분야를 들여다보는 감사원의 전문성도 논란거리가 된 지 오래됐다. 4대강 사업 감사만 하더라도 토목과 건설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가 적지 않다. 피감기관이 아무런 이의 없이 동의하는 완벽한 감사를 위해서는 단지 예산이나 회계뿐 아니라 금융 분야 등 각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한데도 외부 전문가 집단 충원 없이 권한을 휘둘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처럼 국회 산하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헌법 개정 사항이라 쉽사리 손을 댈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 외에도 수시로 감사원을 견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마침 여야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감사원의 통제에 뜻을 같이해 감사위원회 회의록 공개, 감사위원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이 같은 소란 가운데서도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는 이번 감사 결과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감사원은 대다수 국민이 보기에는 지나친 비밀주의로 권한만 강조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