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은 정치 플레이 삼가고 자중해야

입력 2013-07-11 17:43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해석을 담은 대변인 성명을 10일 발표했다. 이는 국정원법에서 금지하는 정치 개입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국정원 정치 개입이 논란을 빚는 상황인 만큼 자중하는 것이 옳았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여야가 국회 표결로 국가기록원에 열람을 요구한 사안이다. 국격 저하, 국익 훼손 우려 속에도 여야 의원 257명이 대화록 공개에 찬성한 것은 대화록 해석을 두고 NLL 포기다, 아니다는 논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런 민감한 사안에 국정원이 가타부타 의견을 내는 것은 결국 어느 한 편을 드는 결과가 된다.

성명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대화록을 전격 공개했던 이유를 설명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대화록 내용을 보면 남북정상이 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사이 수역에서 쌍방 군대를 철수시키기로 했고 이는 휴전선 포기와 동일한데, 논쟁이 심화되고 대화록 왜곡설까지 제기돼 국가를 위해 진실을 밝혔다는 게 국정원 주장이다.

국정원도 국가기관으로서 의견을 피력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국익 훼손이나 다른 국가기관의 권리침해 등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신중한 방식으로 의견이 개진돼야 한다. 국정원이 마치 정당 여론전 하듯 자료를 배포해 공공연하게 정치현안에 끼어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정원은 이런 행태들을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대변인 성명은 국론분열을 심화시키는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을 뿐이다.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특정 집단에 복무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 스스로를 위해 존립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국정원이 명예를 지키는 길은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음지에서 묵묵히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주장한다며 정치판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게 되면 정권이나 특정세력의 국정원이란 오해를 사게 된다. 국정원을 마구잡이로 매도하는 행위도 없어야 하겠지만, 국정원은 ‘정치 플레이’를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