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순화

입력 2013-07-11 17:43


보글보글 끓는 구수한 된장찌개에 스르르 녹아드는 하얀 조미료. 국민 어머니 김혜자씨의 감칠맛 나는 미소와 ‘그래, 이 맛이야!’ 그 한 마디를 고향의 맛으로 여기고 다 같이 음미하던 시절도 있었건만 이제는 국민들의 눈 밖에 나 식탁에서 쫓겨나기 일보직전이다.

화학조미료의 유해성 논란. 사실 사탕수수, 다시마, 가다랑어 등의 자연식품에 포함된 감칠맛을 뽑아 만든 향미증진제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몸에 이로운 물질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게다가 무엇을 먹든 조미료가 만든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는 중독성마저 가졌다. 또 좀 더 맛깔 나게 오감을 자극하는 맛을 찾다 보니 미각이 흐려지고 음식 고유의 맛을 놓치기도 한다. 결국 그저 ‘맛’이라는 자극을 위해 무시로 인공조미료를 섭취하고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좋은 선택일까. 몸을 보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먹거리의 순기능을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순하게 자연 그대로의 맛에 길들어 가야지 싶다.

순해졌으면 하는 것이 또 있다. 굳이 속에 담지 않아도 되는 것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부작용이 있으며 자극적인 말로 사람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들. 인터넷 기사 얘기다. 한 트로트 여가수의 가정사를 두고 ‘아무개 닷컴’에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비상식적인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이야기이건만 이리저리 더하고 빼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로 나오니 사람들 입에서 독한 말들이 튕겨져 나온다. 내보여지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저런 기사들을 공장벽돌 찍어내듯 쏟아내고 있을까. 연예인 한 사람의 불행한 개인사가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며칠째 헤집고 있는가 말이다.

한 종편 채널이 선정한 ‘착한 식당’이 새삼 눈길을 끈다. 쉽고 편한 길을 두고 먹는 이의 건강을 위해 애써 힘든 길을 돌아서 가는 착한 사람들. 온갖 조미료에 지친 손님들의 마음까지 달래주는 정직하고 착한 맛. 바른 먹거리는 그렇게 사람을 순화시킨다. 착한 방송, 착한 신문은 어떨까. 펜으로 사람 잡는 것이 언론이 아니라 촌철살인의 깨달음으로 나라의 상식과 양심을 바로잡는 것이 언론이라고 배웠다.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서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는 집단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부디 흥분과 자극을 배제하고 이성의 정제된 힘으로 사회를 선한 쪽으로 이끄는 착한 언론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린다.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