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tvN ‘대학토론배틀’ 예선현장 참관기… 주어진 시간 단 5분, 논리 전개 ‘불꽃’
입력 2013-07-11 17:32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에 위치한 한국항공대 캠퍼스는 국내외에서 모여든 대학생들로 북적였다. 특히 캠퍼스 내 건물인 전자관의 복도와 강의실에선 삼삼오오 모여 열띤 대화를 나누는 학생이 여럿 목격됐다. 여름방학이 한창인 요즘 같은 시기, 그것도 일요일에 이들이 한국항공대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케이블 채널 tvN이 만드는 대학생 토론 서바이벌 프로그램 ‘대학토론배틀(대토배)’에 지원서를 낸 학생들이었다. 2010년부터 매년 여름 방영돼 올해 4회째를 맞은 ‘대토배’의 이번 시즌 참가자는 총 130여개팀 700여명. 이들은 총상금 2000만원을 놓고 생애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된다.
한 강의실에 들어가 참가자들의 예선 모습을 참관했다. 참가팀은 심사위원 1인을 상대로 자신들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한 팀당 할애된 시간은 5분. 주제는 다양했다. ‘당신의 가치는 얼마인가’ ‘통일 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근대 이전의 위인 중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물은 누군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온 장우승(21) 김영우(20) 이정현(20) 학생으로 구성된 팀 ‘벅아이언맨’은 ‘당신의 가치는 얼마인가’라는 주제를 다뤘다. 심사위원은 달변으로 유명한 뮤지션 남궁연(46)이었다.
“저희의 잠재력과 가치를 객관화할 수 없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의 가격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치는 모른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자 남궁연이 말했다. “표현 방식이 별로예요. 인간의 가치를 측정하긴 힘들다는 주장을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사례도 준비했어야죠.” 하지만 그는 “주장 자체는 마음에 든다”며 탈락이 아닌, 합격 여부를 추후에 알려주겠다는 취지의 ‘보류’ 판정을 내렸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예선장을 빠져나가는 ‘벅아이언맨’ 팀원들을 강의실 밖에서 만났다. ‘대토배’에 참가한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이러했다. “대회에 참가하면 뭔가 배울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고 싶었어요. 우승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들 외에도 캠퍼스에선 수많은 대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에 재학 중인 전범선(22) 학생은 같은 학교 친구 두 명과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팀을 결성해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프로그램 포맷이 ‘토론 배틀’이긴 하지만 이기는 것만 생각하기보단 토론을 통해 친구들과 많은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 대학이 (국내 대학보다) 좀 더 토론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긴 하지만 저희는 ‘영어 토론’에 익숙한 사람들이잖아요? 저희가 국내 학생들보다 많이 뒤처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대학 친구들도 사귀어보고 싶어요.”
‘대토배’는 ‘대학생, 토론을 시작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달 28일부터 9월 1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방영된다. 진행은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33)이 맡는다.
제작진은 “대학생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주제를 채택해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