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보금자리 수원 ‘희망의 쉼터’ 운영난

입력 2013-07-11 17:25


수원 지역 최초의 노숙인 쉼터가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1998년 5월 경기도 수원 지역에 터를 잡고 노숙인들을 15년째 돌보고 있는 ‘희망의 쉼터(대표 정충일 목사·예장통합)’. 지난해 11월 말 신축 건물로 이사를 온 이래 신축공사를 위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반년 넘게 애를 태우고 있다.

희망의 쉼터는 IMF 외환위기 직후 꾸려졌다. 정충일(50) 목사는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노숙인들을 보며 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에 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영혼구원 사역과 더불어 이들의 주거 및 생계, 자활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수원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노숙인 지원 사업이었다. 이듬해부터는 수원역 앞에서 주 6일(월∼토) 아침 무료급식을 시작,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대전 지역의 노숙자들까지 들를 정도로 ‘수원역 구름다리 아침밥’은 잘 알려져 있다.

수원 평동에 위치한 희망의 쉼터가 시련기에 접어든 건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 때문에 쉼터 지붕이 날아가고 호우로 인해 노숙인 입주자들과 실무자들이 동사무소로 대피하는 일까지 겪었다. 낡은 전기시설은 늘 불안한 상황이었다.

이에 정 목사와 후원자, 입소자들은 논의 끝에 쉼터를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이전 쉼터 부지를 담보로 지난해 5월 인근지역에 건축을 시작해 11월 4층짜리 쉼터 건물을 완공, 입주했다. 현재 노숙인 20명이 생활 중이다. 하지만 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빚 3억원과 지불하지 못한 공사대금 5000만원이 쉼터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 목사는 “후원자들과 심지어 일부 노숙인 입소자들의 손길까지 보태가며 이자를 갚아나가고 있지만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기도와 관심을 호소했다.

현재 희망의쉼터는 수원역 무료급식 사역(월∼토)과 경로당 점심 급식(주 2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노숙인 자활사업과 근로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연인원 2000여명의 노숙인들이 참여했다(031-296-4740).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