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독특한 계층 ‘학원세대’를 배출한 잡지, 문학사적 의미는…

입력 2013-07-11 17:21


장수경 ‘학원과 학원세대’

한국현대문학사엔 ‘학원세대’로 명명되는 특이한 계층이 있다. 한국전쟁 중인 1952년 11월 대구에서 출판인 김익달에 의해 창간호를 낸 후 1979년 2월 통권 293호로 종간한 학생잡지 ‘학원’과 소통하며 성장한 문인들을 일컫는다. 김원일 문정희 박동규 이청준 조세희 최명희 황동규 황석영 황지우 이성부 이승훈 윤후명 정호승 안도연 등이 그들. 1954년 1월호에 발표된 제1회 학원문학상 수상자는 이제하 황동규 마종기였다. 심사위원은 서정주 장만명 김용호 조지훈 조병화(시 부문)와 마해송 정비석 김동리 최정희 최인욱(소설 부문)이었으니 기성 문인들의 등용문과 같은 수준이었다.

‘학원과 학원세대’(소명출판)는 우리 문단에 ‘학원세대’을 배출한 학생잡지 ‘학원’에 깃든 문학사적이고 문화사적인 의미를 살펴보는 눈에 띄는 저작이다. 창간호부터 실린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를 비롯해 김성환의 ‘거꾸리군 장다리군’ 등은 한국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조흔파의 명랑소설 ‘얄개전’, 최요안의 ‘해바라기의 미소’, 유호의 ‘키다리 봉식이’ 등의 소설은 큰 인기를 끌며 영화와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로 기획·유통되는 행운을 누렸다.

저자인 장수경(고려대 강사)은 “‘학원’은 한때 거의 10만 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며 “당시 국내 최대 일간지가 5만 부의 판매부수를 기록한 것에 견주어볼 때, 학원이 10만 부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그때 발행된 잡지들이 대부분 여러 사람에 의해 열독과 회독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원’이 폭넓은 청소년 독자층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텔레비전이나 영화, 컴퓨터 등 청소년들의 오락과 교양을 충족시킬 매체가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전쟁으로 할 일이 없어진 지식인 화가 작가 등 고급인력을 총동원하면서 잡지의 권위와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독자투고란인 ‘학원문단’은 청소년이 발화자이면서 동시에 수용자였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필담의 장이 됐다는 것.

제6회 학원문학상에 나란히 입상한 조해일(본명 해룡)과 조세희(본명 민홍)는 서로에게 편지 형식의 입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해룡, 호콩이라도 씹으며 밤길을 걷자”로 시작하는 조세희의 편지에 대해 조해일 역시 감성 짙은 답장을 보냈다. “세희, 난 지금 너에게 무엇인가 끝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학원’은 전후 청소년들의 감성지수를 끌어올린 교양지였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