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봉남 (1) “너의 달란트가 무엇이냐” 꿈속 음성에 화가로
입력 2013-07-11 17:13 수정 2013-07-11 21:16
인생의 방향을 바꾼 두 번의 꿈이 있다. 무의식 상태의 꿈이었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첫 번째 꿈은 1970년 2월 4일. 그러니까 기자생활을 하던 26살 때다. 밤에 잠을 청하자 이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하얀 띠가 내려와 그 띠를 붙잡았고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하늘에 닿았을 때는 찬란한 빛이 눈부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황금색으로 물든 금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건물 앞에 백발의 노인 아브라함이 한 손으로 커다란 지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을 흔들며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잠을 깼다. 자연스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고 무릎을 꿇고 베개맡에 엎드렸다. 베개는 눈물로 얼룩졌다. 때마침 교회당의 새벽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교회로 달려갔다. 기도하는데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며 머리 위로 ‘퐁’하고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이 상쾌했고 사탄 마귀가 몸에서 빠져 나갔다는 것이 느껴졌다. 죄 짐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6년 뒤 나는 또 하나의 신기한 꿈을 꿨다. 화가로 살게 된 계기가 된 꿈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번갯불이 번쩍하더니 전투기에서 기관총을 쏘듯 총알이 주위에 쏟아졌고, 순간 불어온 회오리바람이 나를 공중에 띄워 깊은 절벽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아래를 보니 뾰족한 바위들이 노려보고 있었다. 죽을 것 같아 초조하게 떨며 떨어지는데 갑자기 커다란 두 손이 나타나 나를 받아주었다.
그때의 황홀경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를 손으로 받아준 분을 똑똑히 봤다. 30대쯤 돼 보이는 허약하게 생긴 청년이었는데, 얼굴에 광채가 발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로 예수님이셨다. 예수님 발밑에 넙죽 엎드렸다. 이유 모를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눈물 콧물이 예수님 발등에 떨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예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봉남아, 너의 달란트가 무엇이냐.”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허리의 창 자국과 손의 못 자국을 보여주셨다. 그때 한 어린아이가 노란 그릇이 있는 쟁반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왔다. 예수님은 수저로 무엇인가 젓고 계셨다. 예수님은 내게 한 모금의 물을 먹여 주시면서 “이제부터는 너의 달란트를 하여라”고 말씀하셨다.
꿈에서 깨어보니 6년 전 꿈처럼 내가 무릎을 꿇고 베개맡에 엎드려 있지 않는가. 신기했다. 시간대도 같았다. 교회의 새벽종소리가 들려왔던 바로 그때다. 곧바로 교회에 달려가 달란트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그땐 뚜렷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너의 달란트가 무엇이냐”는 그 음성은 며칠 동안 귓전에 맴돌았다. 일주일 뒤 새벽기도회에서 갑자기 “기독교미술, 기독교미술”이란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랬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다니던 직장을 사직했다. 그리고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아갈 계획을 세웠다. 1977년, 33살 때다. 예수님께서 33세까지 공생애를 사신 것을 생각하며 새 각오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약력 △크리스찬신문, 월간 미술과생활, 월간 미술 기자 및 편집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국제예술올림픽 유화 심사위원장 △국내 개인전 16회, 국외 개인전 7회, 대한민국 회화제 등에 400여회 출품 △서울 연동교회 안수집사 △저서 ‘기독교미술사’ ‘성화해설’ ‘서봉남작품집’ 등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