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상] “실태조사때 학교에 불리한 대답 못하게 교사가 입막아”

입력 2013-07-10 19:25 수정 2013-07-10 23:19


정부는 가정-학교-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위기학생 돌봄 서비스망을 제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S군처럼 가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 서비스망은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S군 사례를 통해 지난해 2월 나온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과 위기학생 보호 체계의 맹점을 짚어봤다.

S군은 지난해 말 휴대전화를 훔쳐 생활비·유흥비로 쓰다가 덜미를 잡혔다. 범죄소년으로 낙인찍힐 때까지 학교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나 정서·행동특성 검사 등도 S군을 걸러내지 못했다.

오히려 S군은 교사들이 이런 조사가 있을 때마다 학교에 불리한 대답을 못하도록 입막음했다고 털어놓았다. 공부를 열심히 했을 때는 관심을 받았지만 학업을 포기하면서 교사들과 멀어졌다고 실토했다.

일진경보제 역시 제 구실을 못했다. 근절대책에는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하여 발본색원하게 돼 있지만 절도로 검거되기 전까지 S군 등은 또래 학생들 위에 군림했다. 최근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이 낮은 학교를 일진학교로 낙인찍는 등 일진경보학교 선정과정의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었다.

또래조정 프로그램 등 일반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한 정책들도 폭력을 앞세운 일진과 교사들의 무관심 속에서는 정착하기 어려운 제도였다.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결정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입하는 등 입시·진학과 학교폭력을 연계하는 정책은 학업을 포기한 S군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진로교육 강화에는 적지 않은 시사점이 있었다. S군은 자신이 알아듣기 어려운 수업에 무작정 앉아있는 게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좋아하는 축구와 만화를 통해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시킬 수 있다면 비행을 멈추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학교체육이 활성화되면 S군이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풀고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