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불량학생 비행청소년 보듬는 판사로
입력 2013-07-10 19:21
25년 전 비행(非行)의 늪에 빠졌던 시골 소년이 법관이 돼 과거 자신과 같은 소년들을 돌보고 있다.
고춘순(42·사법연수원 33기) 대전가정법원 판사는 대법원 소식지 ‘법원사람들’ 7월호에 실린 글에서 “고교 시절 불량소년이었던 나와 내 친구들 같은 아이들을 매일 법정에서 만나고 있다”며 자신의 ‘과거’를 공개했다.
고 판사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영월 산골에서 광부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급우는 14명에 불과했지만 가장 우수한 학생이었다. 담임교사는 늘 “춘순이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며 격려해줬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중학교 3학년이던 1986년. 아버지가 탄광 갱도에 깔려 부상했다. 어머니는 간병하러 떠나고 남매들은 모두 객지에 나가 소년은 혼자 집에 남겨졌다. 실업계 고교에 갈 형편이었지만 큰 형수의 도움으로 간신히 인문계인 영월고에 입학했다. 그러나 ‘비행’에 빠져들고 말았다. 교과서도 없이 4월 첫 등교를 한 소년 주변에는 흡연과 음주를 일삼는 불량 학생이 모였다. 한번은 친구가 훔쳐온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주인과 마주쳐 경찰서에 끌려갈 뻔했다. 어머니는 “다시는 안 그러리라 믿는다”며 그를 감쌌다.
자신을 믿어준 어머니의 모습에 소년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서른이 되던 해 겨울, 비로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이후 대전지법 청주지법 등을 거쳐 대전가정법원에서 비행소년 재판을 맡고 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