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스로틀 ‘작동’ 위치에 있었다…작동 여부 따라 과실-결함 판가름
입력 2013-07-11 01:04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원인과 관련, 자동속도조절 장치(오토스로틀)이 주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이 기기 작동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이냐, 아니면 기계 결함이냐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데버라 허스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사고 조사 브리핑에서 두 기장이 착륙 준비를 하면서 권장 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로 날도록 자동 속도 장치를 설정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자동 속도 설정 장치는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비행기가 스스로 속도를 유지하도록 작동한다. 조종사들은 착륙 때 비행기가 권장 속도인 137노트로 날도록 이 장치를 설정했으나 사고기는 이보다 느린 103노트(시속 218㎞)로 활주로에 진입했다.
4000피트 상공에서 착륙 준비에 들어간 조종사는 비행기 속도가 설정보다 느리고 고도도 낮다는 사실을 500피트 상공에서 인지하고 급히 속도를 높여 기수를 올리려 했으나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한·미 공동 조사단이 이날 사고 현장 조사에서 항공기의 자동속도조절장치인 오토스로틀이 ‘작동 위치(armed position)’에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최정호 항공정책실장은 그러나 “오토스로틀이 실제로 작동이 됐는지 여부 등은 블랙박스 자료와 비교해 분석돼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33개 항공사의 조종사 5만여 명이 가입된 세계 최대의 조종사 노조인 국제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가 NTSB의 일방적인 조사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ALPA는 이날 성명에서 “현장 사고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항공기의 고도나 속도 등 수많은 정보가 공개된 적은 드문 일”이라며 “예전에도 이 같은 행태의 정보공개로 인해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져 조사에 차질을 빚은 바가 있었다”고 경계했다. 이어 “NTSB가 기내녹음장치 등 세부 데이터를 공개한 것은 부적절한 조치”라며 “조사관들이 조사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있어 균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칫 여러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P통신은 NTSB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 6일 사고 당시 아시아나 승무원 2명이 밖으로 튕겨져 나갔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배병우 특파원, 권기석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