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 실시계획서 채택 불발

입력 2013-07-10 19:02


여야가 10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특위위원 사퇴 문제로 충돌하면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이 불발됐다. 실시계획서가 채택돼야 증인채택·기관보고 등 본격적인 국정조사가 실시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국정조사가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오전 국회에서 회동했으나 새누리당이 요구한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의 사퇴를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40분 만에 결렬됐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진 의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국정조사가 한 발짝도 못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규명에 매진하겠다”고 밝혔고, 진 의원도 “새누리당식 ‘방탄국조’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사퇴 압박이 국정조사를 파행 또는 지연시키려는 ‘꼼수’라는 판단이다. 또 두 의원이 특위에서 사퇴할 경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및 감금 의혹’을 시인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각자 원하는 증인·참고인 후보 목록도 마련됐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 매관 의혹’의 배후로 지목한 김부겸 전 의원을 비롯해 여직원 감금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전·현직 의원 11명을 증인으로 고려 중이다. 김·진 의원도 목록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113명을 증인·참고인 후보로 선정했다. 증인은 국정원 27명, 경찰청 25명, 청와대 비서실 14명, 중앙선관위와 법무부 각각 1명, 정치인을 비롯한 기타 16명 등이다. 정 의원은 간사 회동에서 “전·현직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수시로 국정원장 독대보고를 받은 이 전 대통령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증언대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당 지도부도 거친 설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가리켜 “공당의 대권 후보였다는 분이 여론을 호도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지난 대선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막말을 이어가는데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회 본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발대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혁 대상인 국정원에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한 것은 주홍글씨 대신에 훈장을 달아주는 일”이라고 공격했다.

엄기영, 김아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