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급물살] 석달 지났을 뿐인데… 일부 기계 녹슬고 잡초 무성
입력 2013-07-11 05:07 수정 2013-07-11 16:47
4월 3일 북한이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방문을 일방 통제한 이후 98일 만인 10일 오전 남측 공동취재단이 방문한 개성공단은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장마철을 맞아 비가 계속 내리고 날씨도 어두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활기 잃은 개성공단
오전 남북 당국 실무회담이 열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종합지원센터까지 가는 길에 목격된 개성공단은 활기찼던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단 내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었고 편의점과 주유소, 기업 사무실 등도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공단 내 보도와 야외휴게소 등에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듯 잡초가 10∼20㎝쯤 자라 있었다. 북측 출입사무소 외부의 시계탑 2개 역시 모두 시간이 맞지 않았다. 종합지원센터 2층의 식당 내 냉장고에는 음식 재료가 없었고 식당 한 곳엔 식재료 상자 등이 방치돼 있었다.
기업인들 “정밀기기 센서 등은 못쓰게 됐다”
대표단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오후 늦게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남측으로 귀환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이들은 당초 우려보다는 괜찮았지만 일부 설비는 녹이 슬거나 습기가 찬 상태였다고 밝혔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장마철을 맞아 기계들이 눅눅한 상태였고, 녹슨 부분도 보였다”며 “특히 정밀기기의 센서 부분은 거의 못쓰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대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습기가 꽉 차 있다는 것”이라며 “이대로 두면 모든 기계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완제품과 원부자재는 현 시점에서 반출해도 큰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체 대표는 “5월 초 철수할 때만 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완제품도 거의 쓸모없게 됐다”며 “원부자재도 녹슬고 손상이 심해 20%의 가치도 없다”고 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12일부터 개성공단에 들어가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가지고 나온다. 전기전자·기계금속·화학업종은 12∼13일, 섬유·신발·기타업종은 15∼16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계획이다.
북측, 공장 재가동 절실
업체 대표들은 현지에서 만난 북측 근로자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이 공장 재가동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제조업체 대표 김모씨는 “북측 관계자가 ‘노동자 5만3000여명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재가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만큼 북측도 절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 안모씨도 “총국 관계자가 근로자들이 즉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총국 담당자, 직장장(근로자 대표) 얼굴이 타서 농사를 지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공장 재가동이 바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주방기구 업체 대표 김모씨는 “재가동 적기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회담 대표단과 함께 공단을 방문한 업체 관계자들은 59개 업체 대표 및 KT·한전 직원 등 96명이다.
개성=공동취재단,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