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급물살] 南 재발방지 요구하자 北 “남측이 할일” 맞서

입력 2013-07-10 18:39 수정 2013-07-10 16:50


남북은 10일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당국 실무회담 시작부터 공단 파행 책임과 정상화 해법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오전 전체회의는 통신선 설치 문제로 35분 늦어진 10시35분쯤 시작됐다. 양측 대표는 이미 나흘 전 판문점에서 얼굴을 맞댄 만큼 덕담을 나눴다. 북측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오시느라 수고 많았다”고 말을 건네자 우리 측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네. 감사합니다. 비가 좀 오네요”라고 화답했다. 이어 박 부총국장이 “불편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서 단장은 “남과 북이 합의를 하고 준수를 하는 게 신뢰를 쌓는 하나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그런 협력 속에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좋은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안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이미 회담 주제를 ‘개성공단 정상화’로 정한 만큼 곧바로 정상화에 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서 단장은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안전한 공단이 돼야 하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측의 일방적인 공장 가동중단 조치로 입주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측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방향에 대해선 “개성공단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외국 기업도 투자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을 국제적인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누가 보고 들어와도 ‘이제는 더 이상 절대 일방적으로 통행과 통신을 차단하고 근로자를 철수시키는 일은 없겠구나’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북측에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박 부총국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6·15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 등을 언급하며 “개성공단 정상 가동에 저촉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할 것”을 오히려 우리 측에 요구했다. 이어 “개성공단의 설비 점검 및 정비를 조속히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가도록 할 것”을 주장했다. 개성공단의 국제화 문제에 반대하는 한편 이번 사태의 책임이 우리 측의 ‘존엄’ 모독 때문이기 때문에 재발방지는 오히려 우리 측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은 오후에도 수석대표 접촉을 이어가며 협상을 계속했다. 하지만 우리 측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북측의 선(先) 재가동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한편 회담에선 양측이 점심을 따로 먹는 것과 관련해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북측 당국자는 “남쪽 협상단과 점심을 같이 하고 싶었는데 남쪽이 거부해 따로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회담 시작 전에 점심은 따로 먹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반박했다. 북측은 또 우리 측 기자단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시설 취재를 철저히 차단했다.

개성=공동취재단,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