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팀 보다 위대한 선수’ 건드렸다 다칠까 겁났나… 기성용 징계 없던일로

입력 2013-07-10 18:45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지.’,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으로 뽑아 줘서.’ ‘가만히 있던 우리(해외파)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됐고(중략). 그러다 다친다.’ 대한민국 축구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기성용(24·스완지시티)의 ‘SNS 항명’. 결말은 엄중 경고에 그쳤다.

대한축구협회는 10일 부회장단 회의에서 기성용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협회는 “국가대표선수의 관리와 관련된 본회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겸허히 사과드린다”며 “기성용이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혀 왔으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해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되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는 단순한 축구 선수가 아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뛰도록 선택받은 공인이다. 이 때문에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활동은 공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기성용은 국가대표 사령탑이던 최강희 감독을 조롱했고, 한국 축구와 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했고, 다른 국가대표들의 사기를 꺾었다.

협회가 이런 행위를 한 기성용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하자 안팎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축구팬은 트위터를 통해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있었네”라며 협회의 결정을 비난했다. 또 다른 축구팬은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씨가 광주시축구협회장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기성용이 아버지 덕을 본 것이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기 회장은 지난 5일 축구협회를 찾아 고위 인사와 만나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일단 기성용은 협회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그러나 국민들로부터는 아직 면죄부를 받지 못했다. 진정한 면죄부를 받으려면 지금이라도 진실성이 묻어나는 사과를 해야 한다. 기성용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지난 5일 에이전트를 통해 사과문만 발표했다. 그러나 한 장 달랑 보낸 사과문엔 ‘팬들과 축구 관계자 여러분들 그리고 최강희 감독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일반적인 내용만 들어 있었다.

팀워크를 누구보다 중시하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기성용을 품을지 내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기성용이 홍 감독의 부름을 받는다면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그라운드에서 반성하고 참회하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