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 시진핑, 중국 대표팀 패배하면 격노… 역대 지도자 즐기는 운동
입력 2013-07-10 18:37 수정 2013-07-11 00:51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좋아한 운동 종목이나 취미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발행하는 남도주간(南都周刊)이 최신호인 5일자에 실었다.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지난 달 15일 태국팀에 1대 5로 참패한 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격노한 게 계기가 됐다.
시 주석의 축구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베이징 81중학(중·고교) 시절부터 축구에 빠졌다. 81중학은 베이징시내 축구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허베이성 정딩(正定)현 서기로 있을 때는 주말에 베이징으로 와 축구 경기를 관람하곤 했다. 당시 프로기사 녜웨이핑이 축구 경기 입장권을 구해줬다.
시 주석은 중국 축구 대표팀이 무참히 패배하던 날 밤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 국가체육총국에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인 ‘왕이(網易)체육’은 ‘중앙 영도’가 전화를 통해 “국가 대표팀이 패배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11년 한국 정치인을 만났을 때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중국의 월드컵 우승이 나의 세 가지 소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축구 경기 관람을 좋아했고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 완리(萬里)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등과 브리지 게임을 즐겼다. ‘기성(棋聖)’으로 불리는 프로바둑기사 녜웨이핑은 이들의 브리지 게임 친구였다.
덩샤오핑의 승부욕을 보여주는 일화. 1984년 허베이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였다. 덩샤오핑과 녜웨이핑, 완리와 또 다른 한 명이 브리지 게임에서 같은 편이 됐다. 완리가 며칠 내리 게임에서 지자 녜웨이핑은 일부러 져주었다. 덩샤오핑은 그 뒤 녜웨이핑에게 “앞으로 다시는 나하고 같은 편 될 생각하지 마라”고 했다.
장쩌민(江澤民)은 주석이던 90년대에 거의 매일 600m씩 수영을 했다. 71세 때인 97년 10월 미국 방문 중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서 1시간 동안 수영을 해 주목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수영 모습을 ‘개구리헤엄’과 비슷하다고 묘사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72세 되던 66년 여름 창장(長江)에서 15㎞나 헤엄을 친 건 잘 알려져 있다. 남도주간은 “마오쩌둥도 장쩌민처럼 1시간여 동안 수영을 했다”고 전했다.
후진타오(胡錦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3개월가량 앞둔 5월 일본 국가대표 탁구 선수와 게임을 했다. 일본탁구협회 관계자는 “후 주석은 공격형 타법을 구사하며 선수처럼 민첩하고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