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망명지, 베네수엘라 유력
입력 2013-07-10 18:36
미국 정부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최종 망명지 선택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남미의 반미 선봉 국가인 베네수엘라가 가장 유력하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최초로 보도한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베네수엘라가 스노든에게 망명을 제안한 남미 국가 중 가장 유력한 곳”이라고 밝혔다고 알자지라가 10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가 국가 규모로 보나 국제사회 지위로 보나 스노든을 가장 안전하게 미국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다.
러시아도 군불을 때고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알렉세이 푸슈코프는 트위터에 “예상한 대로 스노든이 정치적 망명지 제공에 관한 마두로(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금방 글을 내리기는 했지만 크렘린궁으로부터 스노든 문제를 일임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스노든을 대변하고 있는 위키리크스는 “아직 베네수엘라를 공식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스노든의 자유의 여정이 시작됐고, 적당한 시기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아리송한 발표를 했다.
베네수엘라는 ‘스노든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미국을 비난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스노든을 항상 ‘제국(미국)의 핍박을 받고 있는 자’로 지칭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마두로 대통령은 스노든을 반제국주의의 상징으로 포장해 그를 껴안는 모습을 보이면서 베네수엘라와 스스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대선에서 1.5%의 득표 차로 당선된 마두로는 반대파의 정통성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집권 세력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치솟는 물가와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베네수엘라 등 남미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미 퇴직 외교관인 마일스 프레체트는 “마두로는 강력한 반미 정책으로 국내 불만을 잠재우려는 검증되고 유효한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