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야권 “임시헌장 거부”… 혼란 수습 불투명
입력 2013-07-10 18:36 수정 2013-07-11 00:50
이집트 과도정부가 제시한 선거일정을 놓고 무슬림형제단이 강력히 반발한 데 이어 이집트 범야권 연합인 민족구국전선(NSF)도 발끈하고 나섰다.
NSF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임시 대통령이 발표한 임시 헌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공표한다”며 임시 대통령에게 희망 수정사항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시민운동 조직 타마로드도 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약 6개월 동안 과도정 기간을 둔다는 별도 수정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권력 교체에 앞장섰던 이집트 야권은 임시 헌장이 채택되기 전 과도정부가 사전에 자신들과 논의하지 않았던 부분을 특히 문제 삼고 있다. 과도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헌법 체계와 임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헌장의 내용, 정치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선거일정 또한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과도정부가 하젬 엘베블라위 전 재무장관에 대한 총리 지명을 최종 인선으로 굳혀가는 상황에서 차기 내각이 반대 진영 인사를 일부라도 기용할 것이란 전망에 무슬림형제단은 “폭도들과 거래하지 않겠다”며 내각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증폭되는 정치적 혼돈 속에 사태 해법의 열쇠를 쥔 이집트 군부는 ‘정치적 흥정’을 경계하고 나섰다. 무함마드 무르시 축출의 주역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9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인 흥정이 일어나선 안 되며 군은 정치권의 흥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봉기를 촉구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겨냥한 듯 “사회 분열을 조장하거나 권력이양을 방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과 군부의 해법 모색에도 친무르시 진영과 과도정부의 대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집트 사법당국은 10일 무슬림형제단의 모함메드 바디에 의장과 9명의 간부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고, 최근의 유혈사태와 관련해 체포된 용의자들 중 200명을 기소하기 위해 집중조사 중이다.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무장세력과 알카에다 계열의 성전(지하드)주의자들이 동북부 시나이반도에 모여들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현재 군 시설에 구금된 무르시가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바드르 아브델라티 외무부 대변인은 10일 “무르시는 안전한 곳에서 존엄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축출된 전 대통령의 근황을 전했다.
한편 이집트에 대한 주변 아랍 국가들의 경제지원이 구체화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집트에 50억 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30억 달러 지원 의사를 밝혔다.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