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반소매 입은 삼성 사장단 “시원하네!”
입력 2013-07-10 18:42 수정 2013-07-10 15:28
삼성 사장단회의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1층에 반소매 셔츠를 입은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부회장과 삼성물산 정연주 부회장, 삼성전자 신종균·전동수 사장, 삼성서울병원 윤순봉 사장, 삼성카드 최치훈 사장, 제일모직 박종우 사장, 삼성에버랜드 김봉영 사장 등 대다수가 반소매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부 사장들은 반소매가 어색한 듯 재킷을 팔에 걸쳤고, 휴대전화나 지갑 등을 넣을 곳이 없어 손가방을 든 경우도 평소보다 여럿 눈에 띄었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이처럼 단체로 반소매에 노타이·노재킷 차림으로 출근한 건 임직원들에게 ‘정말 입어도 된다’는 걸 적극 알리기 위해서였다. 삼성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지난달 말부터 오후 2∼5시 계열사 사무실 실내 온도를 28도로 조정하고 조명의 70%를 소등하고 있다. 재킷과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깃이 달린 반소매를 허용하는 등 복장도 간소화했다. 하지만 실제 반소매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10일 “임직원들에게 반소매 셔츠 착용을 권유하는데도 사장들이 안 입으니 부담스러워 못 입는 경우가 많다”며 “사장들이 반소매 차림으로 출근했다는 것을 사내에 널리 알려 ‘정말 입어도 된다’는 걸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바지 착용은 각 사업장 자율에 맡겼으나 아직 시행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운 여름에 반소매 차림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삼성은 사무실 내에서도 회의나 보고가 있어 이동할 때 반드시 재킷을 착용하는 등 복장 문화가 까다로운 편이라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진들이 반소매·노재킷 차림으로 출근해 회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반소매를 입을 일이 없던 일부 계열사 사장은 일부러 반소매 옷을 새로 사 입고 출근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반소매 차림 출근은 8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