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증권사… 펀드 수익률 뻥튀겨놓고 뒤늦게 “뻥이야”
입력 2013-07-10 18:28 수정 2013-07-10 23:43
한화투자증권이 펀드 투자자에게 실제보다 터무니없게 부풀려진 펀드 수익률과 수익금을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화면에 고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증권사가 펀드 투자자에게 핵심 정보인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잘못 고지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하자 HTS 화면에 표시된 수익률 등이 잘못돼 있었다며 애초 약속된 만큼의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금융회사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훼손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펀드 투자자 김모씨는 2008년 5월 한화투자증권의 3년 만기 위탁식 펀드상품 6계좌에 가입해 두 차례 만기를 연장하며 지난해 5월까지 49개월간 총 1억1800만원을 투자했다. 최초 임의적립금 2000만원에 매월 200만원씩 적립해 오던 김씨는 지난해 5월 15일 환매를 신청했다. 한화투자증권 HTS에서 54.39%의 수익률, 총 1억3101만4615원이라는 투자수익금을 확인한 뒤였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6월 7일부터 8일까지 7657만7367원만 받았다. 안내된 금액보다 5400여만원이 덜 지급된 이유를 문의하자 한화투자증권은 “HTS 화면에 표시된 투자 현황 수익률과 수익금이 잘못됐고, 실제 수익률은 10%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투자기간 중 펀드를 담보로 대출받은 4925만원이 전산오류로 김씨의 유가평가금액에 포함됐고, 이 때문에 최종 수익률과 수익금이 실제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김씨의 문의로 전산오류를 알게 된 한화투자증권은 그제야 HTS 오류를 바로잡았다. 54.39%였던 수익률은 일부 계좌 펀드의 환매와 전산오류 수정 뒤 1주일 만에 -8.90%로 바뀌었다. 김씨가 갑자기 수익률이 바뀐 경위를 증명해 달라며 일자별 수익률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임일수 대표이사 직인과 함께 ‘관련 시스템 미구비로 답변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굳이 필요하다면 수작업을 거쳐 일자별 수익률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한 직원은 항의하는 김씨에게 “우리가 HTS 화면에 나온 대로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김씨가 전산오류를 쉽게 파악했는데도 고집을 부린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개별 펀드의 수익률 합계 등을 따져보면 대출금이 이익금으로 잘못 표시됐다는 것을 일반인도 얼른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매월 이메일로 고지한 펀드 수익률과 수익금은 제대로 돼 있었다”며 “HTS의 수익률을 보고 민원을 제기한 다른 투자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일반 투자자도 얼른 알아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HTS 오류를 오랜 기간 방치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순한 전산오류로 수익률이 잘못 표시됐다 하더라도 그 수익률을 믿고 투자·환매를 결정해온 과정에 대해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투자수익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소송 과정에서 HTS에 제공한 정보들이 잘못됐음을 반복해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10일 “전산오류를 일으킨 금융회사가 오히려 고객을 악성 민원인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다른 투자자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금융감독원에 수익률 공시 위반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감원은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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