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美 NTSB, 갑의 횡포?… 아시아나측 현지 인터뷰 막아
입력 2013-07-10 18:24 수정 2013-07-10 18:44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조사를 맡고 있는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진행 및 발표 방식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초기부터 조종사 과실이란 선입견을 갖게 하는 발표를 계속하는데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과 사장의 인터뷰조차 통제해 조사의 신뢰성 및 월권 논란을 빚고 있다.
사고수습을 위해 9일(이하 현지시간) 낮 샌프란시스코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 항공 윤영두 사장은 NTSB에 방문하기 전 공항에서 간단한 언론브리핑을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 사장은 입국장에 나오자마자 황급히 취재진을 피해 지나갔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NTSB 측이 갑자기 ‘공식적인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언론 브리핑을 자제하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NTSB는 윤 사장이 국내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조종사 실수는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또 최고참 승무원인 이윤혜(40) 사무장이 한국언론과 인터뷰한 것에 대해서도 두 차례나 공문을 보내 경고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했다. 사고 내용과 승무원 조치 등에 대한 공식조사 전에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조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NTSB는 스스로 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데버라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지난 7일 이후 열리는 언론브리핑에서 조종사들의 숙련도와 경험, 사고 당시 상태를 중점 점검한다며 연일 조종사에 초점을 맞춘 발표를 하고 있다.
또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사고기의 시간대별 고도와 속도를 자세하게 제시해 조종사 과실이란 선입견을 갖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허스먼 위원장은 9일에도 “보잉 777을 조종하려면 20차례에 걸쳐 60시간을 비행해야 하지만 조종간을 잡았던 이강국 기장은 교육 비행을 절반가량만 이수했고, 이정민 기장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교관 기장으로는 처음 왔다”며 조종사들의 숙련도 미달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조종사들이 음주·약물 검사를 받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아시아나 조종사들이 음주·약물투여를 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는 9일 성명을 내고 NTSB가 사고기 조종석 대화 등을 공개한 것은 시기상조였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ALPA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세계최대 조종사 노조단체다. 협회는 성명에서 “이번 사고 직후 NTSB는 부분적인 데이터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개했다”며 “조사관들이 기내 녹음장치의 정보를 섣불리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의무사항이며 과거에도 이런 정보공개가 잘못된 결론을 끌어내 조사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허스먼 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공개한 정보는 기본적으로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