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경제정책 쏟아내는 정부… ‘정책조합’이 ‘정책홍수’ 변질
입력 2013-07-11 05:09
정부가 졸속 경제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정책수단을 종합적으로 운영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현오석 경제팀’의 ‘폴리시 믹스(Policy-mix·정책조합)’는 설익은 ‘폴리시 플러드(Policy-flood·정책 홍수)’로 변질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정부의 조급증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10일 취약 계층에 대한 상담·돌봄·재활 등 사회서비스업에 대한 창업지원 및 세제혜택으로 2017년까지 양질의 일자리 50만개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 대부분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 대책 없이 좋은 사회서비스일자리가 창출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이달 들어 서비스산업 대책(4일), 지방공약 가계부(5일), 공공정책 합리화방안(8일)을 잇따라 내놨다. 이 3가지 모두 당초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던 대책이었지만 정작 내용은 ‘앙꼬 없는 찐빵’ 식이었다. 서비스 대책은 의료·교육 등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도심공원 내 바비큐 시설 설치 논란만 낳았다. 지방공약 가계부 역시 124조원의 재원 확보 방안도 없이 늘어놓기 식 발표가 됐다. 공공정책 합리화 방안은 구체적 대책 없이 정책방향이라는 이름으로 두루뭉술하게 포장됐다.
이런 현상에 현 경제팀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집권 1년차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청와대의 무리한 시간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서비스대책은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1단계 발표라도 해서 우선 (청와대에)보여줘야 했다”고 토로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요즘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면 ‘청와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우습게 보이냐’ 등의 지적을 받는 것이 일상다반사”라고 말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경제정책의 그립(grip·장악력)을 쥐고 부처에 무리한 주문을 하다보니 졸속·설익은 정책이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정책만 챙기면서 우리 경제에 폴리시 믹스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