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창조경제 처방… 시장 신뢰 줄 알맹이가 없다

입력 2013-07-10 18:14 수정 2013-07-10 22:59


경제를 살리려는 정책은 연일 쏟아지지만 정작 시장에 신뢰와 확신을 주는 알맹이가 없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각종 경제대책의 특징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00개가 넘는 각종 정책을 단기간에 모두 내놓겠다는 ‘무리한 시간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실 외면하는 정책=10일 발표한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50만명 창출은 현실화되기에는 장벽이 많다. 정부는 노인 돌봄 22만명, 장애인 지원 15만명 등 재정이 직접 투입되는 분야에서만 2017년까지 일자리 49만개 정도를 만들 방침이다. 기존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의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전환을 지원해 2017년까지 1500개의 사회적 기업과 3만여개 일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업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우선되지 않으면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사회서비스 산업에 대한 창업·투자 지원을 제조업 수준까지 늘리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해 ‘파이’를 키우기로 했다. 하지만 요양보호, 보육 등은 이미 민간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간과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양보다는 질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상황에서 과도하게 시장활성화 방향으로 몰고 가면 자칫 복지서비스의 질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탕에 알맹이는 빠져=정부는 지난주 ‘서비스산업 추진방향 및 1단계 대책’ 등 굵직굵직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서비스산업 대책은 지난 정부에서 수차례 언급됐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서비스산업 구조개편을 위해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의료관광 활성화 방안, 외국교육기관 유치, 법률·회계법인 대형화를 위한 전문자격사 규제완화 등은 이번엔 빠졌다.

‘상시 구조조정’을 강조한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내걸고 36개 기관을 16개로 통합했고, 5개 기관을 없앴다. 정부가 이번에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내용의 ‘재탕’인 셈이다. 지역공약 가계부에는 가장 중요한 재원 대책이 빠졌다. 특히 신규사업에 소요되는 84조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질보다 양’ 폴리시 믹스 한계 봉착=정부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는 ‘현오석 표’ 폴리시 믹스(Policy-mix·정책조합)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부처간 조율과 협업이 폴리시 믹스의 핵심인데 현 부총리가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취득세율 인하 관련 부처간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현 부총리를 질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경제부처 내에서는 정책의 키를 쥔 청와대가 시간에 쫓기듯 다급하게 정책을 몰아붙이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집권 1년차에 모든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청와대의 이상(理想)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현 부총리의 조율 능력 부족에 대해서도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들린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저성장 기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판을 바꿔야 하는데 정부가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며 “대통령은 대선 때 내건 슬로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제 관료들은 이런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이영미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