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창욱] 제보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금감원

입력 2013-07-11 05:05 수정 2013-07-10 20:17

금융감독원이 수차례 묵살한 코스닥 상장사의 불공정 거래 관련 제보가 뒤늦게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주지 않았다는 보도(국민일보 10일자 1면)에 따른 금감원의 해명은 기가 찰 정도다. 제보자를 블랙컨슈머(악성민원인)로 몰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보자가 금감원에 무수한 민원을 넣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보자의 기여도가 인정된다며 포상금을 주라는 법원의 판결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되레 금감원이 얼마나 요지부동이었으면 제보자가 집요하게 민원을 제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다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는 복잡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계속 제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보자는 블랙컨슈머로 보기도 어렵다. 블랙컨슈머는 있지도 않은 일을 꾸미거나 자신이 입은 피해를 뻥튀기한 뒤 이를 악용해 기업으로부터 부당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제보자는 문제의 기업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고, 제보 내용은 금감원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2009년에도 주관적 이유로 포상금 지급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제보자가 비판적 신문 광고로 금감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때도 법원은 포상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포상금을 받으려고 신고하는 자체가 문제라면 포상금 제도를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최근 포상금 제도를 홍보하는 자료를 내고 지난해 모두 39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고 현재 1억원인 한도를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제보 활성화를 유도하고 적극적으로 포상하겠다”고 덧붙였다.

갖은 이유를 들며 제보자들과 법정 공방까지 벌이는 것을 보면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제보 활성화’는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강창욱 경제부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