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윤용현] 항공전문인력 체계적 양성이 근본대책
입력 2013-07-10 18:08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계기로 항공안전 인프라 선진화에 박차 가해야”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국적기 사고에 대해 국내외 언론은 물론 한·미·중 정상들까지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뿐 아니라 사고 여파 또한 엄청나다. 이번 사고도 탑승객 291명 가운데 중국인 141명, 한국인 77명, 미국인이 61명이고 인도, 베트남 등 많은 나라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 조종사들이 미국 공항에서 미국 관제사들의 관제를 받으며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일어났지만, 사고 항공기는 보잉777기로 미국의 보잉사에서 제작 판매한 것이다. 보잉777 항공기는 현재 수천대가 국제 항공노선에서 운항 중에 있기 때문에 항공기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가 않다.
항공기는 인공생명체와 같은 기계장치다. 사람에 의해 설계 제작되고 운영 유지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사고는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이나 오작동, 설계제작이나 정비 불량, 조종 과실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그러므로 규정과 절차를 아주 세밀하게 규정해 사고 예방을 도모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 사고 후 원인 분석을 통한 재발 방지 등도 체계적으로 제도화돼 있고 이를 따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는 드물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원인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이러한 규정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정상 절차에서 벗어났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고 원인을 분석할 때는 관련된 절차와 규정을 잘 준수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발생한 사고가 선진국형일 수도 있고 후진국형일 수도 있다. 항공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불행한 항공기 사고를 접할 때마다 제발 사고 원인이 후진국형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모든 절차나 규정은 준수했으되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고로 결론 나길 바란다는 말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종사들이 생존해 있고 공항관제탑의 녹음 기록과 블랙박스에 저장된 비행기록 및 조종사의 음성기록 등이 온전히 보존돼 있어 과학적이고 합당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큰 사고였음에도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분명 선진국형이다. 평소에 훈련받은 매뉴얼대로 잘 대처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고 원인을 조속히 밝혀내고 이에 따른 대책과 함께 선진국형 항공운송정책을 수립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 항공운송 시장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항공운송 분야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했다. 우리 국적기가 43개국 134개 도시에 192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주 1817회의 국제선 비행을 하고 있다. 국제 여객인원 수가 전년 대비 12.1% 증가한 4373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항공운송 시장의 양적 팽창에 비해 항공안전체제의 질적 향상은 물론 항공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정책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항공안전 인프라를 선진화하는 일환으로 우수한 항공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부분의 항공기 사고가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첨단화돼 가는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이나 오작동을 미리 예방하고 점검하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숙련된 정비인력 양성과 함께 세계의 하늘을 일터로 삼는 우수한 조종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항공전문인력의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기술적으로 첨단화돼 가고 있는 항공산업 전문인력의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게 항공기 사고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인공생명체인 항공기를 운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양질의 전문인력 양성 없이는 항공기 안전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윤용현(초당대 교수·항공운항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