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낙뢰

입력 2013-07-10 18:07

낙뢰(落雷·벼락)는 대기의 상·하층 온도 차이가 커지면서 지상에 있는 양전기와 구름 속 음전기가 격렬하게 반응을 일으켜 지상 물체로 이동하는 방전현상이다. 보통 1억 볼트(V)에 달하는 전압에 4만∼5만 암페어(A) 정도의 전류가 흐르고 태양표면 온도의 5배에 해당하는 3만도의 열기가 난다고 한다.

낙뢰는 큰 나무나 뾰족한 물체에 잘 떨어진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큰 나무 아래로 대피하면 오히려 위험한 까닭이다. 최근 미국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과거 6년간 낙뢰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82%는 남성이며 주요 이유는 낚시인 것으로 밝혀졌다. 골프도 낙뢰사고에 쉽게 노출되는 운동이다. 우산은 재질과 상관없이 위험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심해지면서 낙뢰사고 발생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예측이 어려워 사고 대비가 힘들고 인명과 재산 피해도 적지 않다. 2006년 6월 갑자기 쏟아진 우박과 낙뢰에 아시아나 항공기의 앞부분 레이더돔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앞 유리창이 깨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8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충북혁신도시 공사현장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60대 남성 김모씨가 벼락에 맞아 숨졌다. 사고 현장에는 불에 타 깨진 휴대전화 액정화면과 연기에 그을린 채 찢어진 가죽 덮개가 널려 있었으며 김씨의 왼쪽 발목과 배 주변에서는 화상을 입은 흔적이 발견됐다. 당시 김씨는 전화통화를 하면서 운동장을 걷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4년에도 전남 장흥군 관산읍 고마리 장환도에서 박모(46)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낙뢰로 인해 사망했다. 박씨는 왼쪽 귀 부위가 검게 그을린 데다 별다른 소지품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들 사건에서 경찰은 휴대전화의 전파나 전자파가 낙뢰를 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전류가 잘 통하는 금속성 재질의 휴대전화가 통화 중 전파를 발생시키면서 벼락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전파와 벼락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번개가 칠 때 휴대전화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면 벼락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벼락이 약 10만5000차례나 쳤다. 번개를 잘 유발하는 큰 덩어리 구름인 적란운(積亂雲)이 많은 7∼8월에 자주 발생했다. 낙뢰가 빈번한 장마철에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야외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