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장 외부출신 급부상… 눈길받는 이건호

입력 2013-07-10 18:02 수정 2013-07-10 15:27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의 차기 행장에 이건호 리스크관리 부행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학자 출신인 이 부행장이 행장 자리에 오르면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에 이어 다시 외부인사가 핵심자리를 차지하는 셈이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외부인사의 행장 임명을 우려하고 있다. 옛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출신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직 추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10일 “2주 전부터 (차기) 국민은행장 자리가 이 부행장으로 기운 것으로 안다”며 “임 회장 내정자가 이 부행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 회장 내정자는 이 부행장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호스’로도 언급되지 않던 이 부행장의 갑작스런 부상에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놀라는 눈치다. 은행 내 임원들 대부분 “밥 한번 먹은 적 없다”던 사람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부행장은 국민은행 입행이 2년도 채 되지 않은 ‘반 뱅커(Banker), 반 학자’다.

이 부행장은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석사를 마치고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2003년 조흥은행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지낸 게 은행 근무 경력의 전부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 등 주로 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2011년 어윤대 회장이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영입하면서 국민은행에 발을 들였다.

금융권에서는 이 부행장이 금융당국과 임 회장의 눈에 꽉 차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부행장은 리스크관리 분야에 오래 몸담았고 2년여간 국민은행에서 일해 외부인사라는 시비를 다소 희석시킬 수 있다. 금융연구원과 KDI 등에서 일하면서 금융당국과 쌓아온 인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 부행장이 행장 자리에 앉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노조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9일 사실상 이 부행장을 겨냥해 “금융당국 고위인사가 행장 선임 과정에 개입하려 한다는 소문에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차기 은행장에 외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 극단적인 내부 반발과 저항으로 정상적 경영이 불가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노조의 반대를 넘어서더라도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이 팽팽하게 힘을 겨루는 조직에서 균형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능력에 ‘물음표’가 많다는 의견이 제기돼 실제 은행장 자리에 입성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행장을 제외하면 후보군에서 김옥찬 부행장과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 앞서있다. 김 부행장은 82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은행의 주요 보직을 거친 대표적 ‘KB맨’이다. 오랜 은행 경력과 원만한 성격으로 직원들의 신뢰가 두텁다. 최 사장은 주택은행 출신으로 체크카드 시장을 이끌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민은행장은 임 회장 내정자가 취임하는 오는 12일 이후 계열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된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