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퍼시픽 림’] 외계 괴물 카이주에 맞서 싸우는 메가톤급 로봇 예거
입력 2013-07-10 17:17
2025년 일본 연안의 태평양 심해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난다.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이곳에 엄청난 크기의 외계 괴물 카이주가 나타난다. 지구 곳곳을 초토화시키는 카이주의 공격에 전 세계가 혼동에 빠진다. 지구연합군이 결성돼 카이주에 맞서 싸울 메가톤급 로봇 예거를 만든다. ‘집시’라는 예거를 조종하는 롤리(찰리 헌냄) 형제와 카이주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은 영화 타이틀이 오르기 전 15분가량 25층 빌딩 높이의 로봇 예거와 외계 괴물 카이주의 상상을 초월하는 싸움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다와 하늘에서 쾅쾅거리며 벌이는 액션이 화려하다. 영화는 롤리가 형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다 사령관의 부름을 다시 받는 장면으로 본격 시작된다.
예거는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조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조종사는 인간과 로봇의 합체인 ‘드리프트’를 통해 정신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돼 카이주와 맞서 싸운다. 주인공 롤리는 어릴 적 카이주에게 엄마를 잃은 일본인 마코(기쿠치 린코)와 짝을 이룬다. 두 남녀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건 싸움을 벌이다 평화와 더불어 사랑도 얻는다는 뻔한 스토리다.
외계인이 하늘이 아니라 바다에서 나타나는 설정과 해저에서 수중 싸움을 펼치는 장면은 ‘퍼시픽 림’의 독특한 재미다. ‘리얼 스틸’ ‘트랜스포머’ 등 예전의 로봇 소재 영화보다 액션이 훨씬 강력해졌다. 하지만 러닝타임 131분 동안 계속 치고받고 폭발하고 무너지는 장면들을 보다보면 중간쯤부터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해 나중에는 시큰둥해진다.
괴물 카이주가 우주를 정복하려는 어떤 행성 외계인의 야욕에서 비롯됐다고 거론하면서도 이 외계인의 정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영화가 끝나버리는 것은 각본의 허술함을 드러낸다. 지루하다고 느낀 나머지 마지막 장면 이후 음악이 나오자마자 자리를 뜨면 손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기 직전 깜짝 보너스 장면이 숨어 있으니까. 1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