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가수?… 우린 개성 넘치는 가수!

입력 2013-07-10 17:31


코미디언이 음반을 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최근 1∼2년 동안 유행한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을 떠올릴 것이다. UV나 형돈이와 대준이, 용감한 녀석들 같은 ‘개가수’들은 유머러스한 노랫말과 코믹한 뮤직비디오를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개그우먼 김현정(31)이 밴드 ‘밤손님’을 결성해 최근 내놓은 음반은 기존 ‘개가수’들 음악과 다르다. 2005년 SBS 코미디언 공채 5기로 데뷔한 김현정은 개그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지만, ‘밤손님’을 통해 기성 뮤지션 못지않은 진지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음악을 들려준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김현정을 비롯해 밤손님 멤버인 류해원(31·드럼) 이재영(28·기타) 전정철(29·기타)을 만났다. 김현정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인디 음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물들이다. 우선 이들 네 명이 어떻게 만나 지금의 팀을 결성하게 된 건지 궁금했다.

“다들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3∼4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알고 지내게 됐어요. 그러다 (밴드 크라잉넛 멤버인) 한경록 오빠가 저한테 곡을 선물했는데, 그 노래를 모여서 합주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앨범까지 내게 된 거죠.”(김현정)

앨범은 타이틀곡 ‘오! 사랑 빛나네’를 포함해 총 4곡이 담긴 미니음반이다. 타이틀곡을 작사·작곡한 한경록 외에 인디 음악계 대표적인 스타 장기하 등도 참여했다. 수록된 노래들은 진한 복고풍 분위기를 풍긴다. 무엇보다 김현정의 특이한 목소리가 곡마다 오묘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현정이 목소릴 처음 들었을 땐 소녀 같고 청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농염한 성인의 분위기도 느껴지더라고요. 같이 팀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류해원)

이들은 “인디 밴드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싶다” “장수하는 밴드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김현정은 앞으로도 계속 코미디와 음악을 병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밴드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우스개로 주변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말하고 다녀요. ‘음악 하다 잘 안 되면 다시 개그만 하면 돼.’ 그런데 요즘 제 상태를 보면 음악에 아주 빠져있어서 앞으로 음악의 끈을 놓기가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격적으로,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보컬 학원도 다녀볼까 고민 중이에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