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史를 바꾼 한국교회史 20장면] 19세기말 말라리아·성병환자 많았고 천연두도 매우 심각
입력 2013-07-10 17:17
알렌 보고서로 본 한국 의료 상황
알렌 선교사(Horace N Allen)가 1885년 4월 10일 설립한 한국의 첫 근대병원 제중원(설립 당시 명칭 광혜원)은 첫해에만 2만529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병상 수가 40여개에 불과했던 작은 병원에서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00여명이 치료를 받은 셈이다.
1886년 알렌 선교사는 한국에서 보낸 첫해 활동 내용을 담은 ‘한국 정부병원 1년차 보고서’를 미국의 선교본부로 보냈다. 이는 서양의 의학적 관점에서 19세기 말 한국의 질병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 첫 문서로 알려졌다.
문서에는 제중원을 찾은 1만460명의 기록이 병명으로 구분돼 있다. 당시 제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환자는 학질(말라리아) 환자로 약 1000명이 제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4일열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매독 등 성병 역시 학질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제중원에서 첫해에 치료한 매독 환자가 1000여명이었다. 선교사들은 당시 한국인들이 매독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점을 특이하게 여겼다.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천연두도 심각한 상태였다. 기록에 따르면 100명 가운데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이 30∼40명에 달했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천연두가 발병한 아이들은 4세가 되기 전에 절반 정도가 사망했다. 옴과 머릿니 등 각종 피부병,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많아 19세기 말 한국의 보건·위생 환경을 짐작하게 했다.
제중원 개원 첫해 800여명의 여성이 서양 의술로 치료를 받았다. 선교사들은 당시 매우 보수적이었던 구한말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1886년 미국북장로회로부터 여성 의료선교사 앨러즈(Annie J Ellers)가 파송돼 국내에 부녀과가 신설됐고, 본격적인 여성 진료도 시작됐다.
최승욱 기자